권리와 의무로서의 산재보험 제도 (Ⅲ)
- 업무관련성 인정 기준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산업안전보건법(제2조)에서는 산업재해를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재해가 모두 산재보험을 통한 보상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통해서 보상 대상이 되는 산업재해(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2조)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으로서 ‘업무상의 재해’라고 한다. 일을 하다가 사고로 다치거나 질병을 걸리게 되어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해야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지침 등을 통해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보상하는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다. 산재보험을 통한 사회적 보장의 필요성에 따라서 적용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사고, 질병의 범위도 바뀌고 기준도 변화하게 된다. 적용 대상이 되는 사람에 있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같이 법률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가 모호한 경우에 대해서나, 현장 실습생, 학생 연구자, 중·소기업 사업주 등에 대해서는 특례를 통해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다음 발생한 사고나 질병이 보상 대상이 되는가를 따져보게 되는데,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인지를 조사하는 ‘업무관련성’ 평가 여부에 따라서 보상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업무관련성’ 기준도 계속 변화하게 된다. 업무상 사고는 업무수행 중에 신체적 외상이 발생하는 사고로 원인이 비교적 뚜렷하여 산재보상에서의 쟁점은 주로 ‘업무수행’의 범위를 따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업무수행’의 범위를 직장이 아닌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까지 포함해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등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질병에 대한 산재승인 여부를 따지게 되는 ‘업무관련성’ 평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제시하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되는 업무시간,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진폐증, 소음성 난청, 화학물질 중독 등은 비교적 유해인자와의 업무관련성이 뚜렷하여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뇌혈관·심장 질병, 근골격계 질병과 같이 직업요인과 업무 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작업관련성질환’의 경우에는 업무관련성 판단에 대한 논란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건강상태나 기저질환, 연령 등 개인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업무 시간과 강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업무 특성 등등을 고려하는 일이 쉽지 않으며 고려한다고 하여도 어떤 경우에는 산재 승인대상이고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가를 판단하는 일은 논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쟁점사항이 다양하지만 자신의 질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업무관련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재해 노동자에게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질병의 업무 관련성 입증과 복잡한 심의과정을 거치게 되는 동안 재해 노동자와 가족들은 심리적,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행정적 처리절차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주요 작업관련성 질환에 대해서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마련하려는 연구와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고용노동부의 고시나 근로복지공단의 지침을 통해서 ‘업무관련성 추정의 기준’들이 만들어졌다.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가장 최근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에 대해서는 돌발적인 스트레스나 업무시간과 가중요인을 기준으로 하여 업무관련성을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고시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흔히 발병하는 8가지 근골격계 질병(경추간판탈출증, 회전근개파열, 내·외상과염, 수근관증후군, 삼각섬유연골복합체 파열, 드퀘르벵병, 요추간판탈출증, 반월상 연골파열)에 대해서 새롭게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는 기준을 제시한 점이다. 다음에 제시된 표에 해당하는 직종의 경우에는 상병, 근무기간과 유효기간(해당직종에서 작업을 중단한 시기)을 충족하면 복잡한 조사나 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산재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상 부담되는 작업에 종사하다가 근골격계 질병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고시에서 제시되는 상병과 직종, 근무기간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기억해야할 것은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고 해서 업무관련성이 부족하다거나 산재승인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한다면 당연히 인정하고 그렇지 않다면 별도의 업무관련성에 대한 평가를 하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