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하급자 가해자성을 인정한 논리의 공통점과 차이점
위 판결들을 함께 놓고 보면, 법원이 하급자의 가해자성을 인정할 때 보는 요소는 대체로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직급보다 ‘실질적 영향력’을 본다
네 사건 모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법원이 인사상 직급보다 실제 조직 내 영향력을 중시했다는 것입니다.
하급자라도 팀 내 핵심인물과 결합하거나, 근속·연령·비공식 서열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보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면 관계 우위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공식 권한’이 아니라 ‘권한 무력화’가 문제 된다
특히 2020구합84143과 2021가합14843은 피해자가 형식상 상급자 또는 감독자였음에도, 행위자가 그 권한을 현장에서 무력화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서는 누가 직급상 높으냐보다, 누가 상대를 실질적으로 위축시키고 고립시켰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3. 배제와 고립은 강력한 판단 요소다
단체대화방 배제, 정보 미공유, 특정 구성원만의 결속, 반복적 비꼼과 공개적 무시 등은 모두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어렵게 하고 조직 내 위치를 약화시키는 방식입니다. 법원은 이런 행위를 단순한 불화가 아니라 근무환경 악화 행위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4. 최근 판례일수록 ‘관계 우위’를 더 유연하게 본다
초기에는 상사-부하 구도가 전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동료·하급자에 의한 괴롭힘도 폭넓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전고등법원 2023나15101은 관계 우위 개념을 상당히 넓게 본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직괴 우위성 진단 체크리스트로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직ㆍ간접적 지휘ㆍ명령 권한이 있는가 ▲부서가 달라도 직급 체계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위자인가 ▲나이, 근속기간, 학벌, 전문성 등에서 암묵적 우위가 존재하는가 ▲특정 파벌을 형성하거나 다수가 합세해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인가 ▲단발성ㆍ우발적 다툼인가 아니면 권력의 불균형을 무기화한 지속적ㆍ구조적 압박인가 등을 제시했다.
언어적 괴롭힘의 4대 법적 판단기준으로 ▲고성, 비난, 질책을 정당화할 업무상 납득 가능한 사유가 전무한가(합리적 사정 부재) ▲일회성ㆍ우발적 발언인가 아니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괴롭힘인가(반복성-지속성) ▲발언의 수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일상적 지도ㆍ조건ㆍ충고'의 수준을 명백히 넘었는가(수준 초과) ▲여러 사람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행해져 피해자의 모욕감과 수치심을 의도적으로 가중시켰는가(공개성) 등을 제시했다.
하급자도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을까
관계의 우위는 ‘직급’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직급이 낮은데도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최근 판결들은 직장 내 괴롭힘의 핵심 요건인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판단할 때, 단순한 직급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조직 내 영향력, 집단구조, 정보통제력, 근속·연령에 따른 비공식 권력까지 폭넓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하급자임에도 가해자성이 인정된 대표 판결들을 비교해 보면서, 법원이 어떤 경우에 ‘관계 우위’를 인정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서울행정법원2020구합74627 사건
‘소그룹 결합’으로 만들어진 관계 우위
서울행정법원 2021. 9. 9. 선고 2020구합74627 판결은, 하급자가 단독으로 강한 지위를 가진 것이 아니라 팀 내 최선임자와 결합하여 실질적 우위를 형성한 경우에도 괴롭힘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해당 근로자에 대한 징계해직 통보의 정당성이 문제 되었고,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중요한 시사점은, 법원이 관계 우위의 원천을 개인의 직급 그 자체에만 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규모 팀 구조 안에서 특정 구성원들이 결합해 의사소통과 업무흐름을 사실상 장악하고, 다른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배제한다면, 형식적 직급과 별개로 실질적인 저항 불가능 상태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즉, 이 판결은 “하급자 + 최선임자”의 동맹이 피해자에 대한 우위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2. 서울행정법원2020구합84143 사건
직급은 낮아도, 근속·연령서열이 공식 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2022. 1. 18. 선고 2020구합84143 판결은 청원경찰 조직에서, 조원인 행위자가 조장인 피해자에게 비꼬는 표현과 부당한 언행을 반복한 사안으로 소개됩니다. 법원은 이 사안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였고, 해임처분의 정당성을 수긍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피해자가 제도상 감독자였음에도 행위자가 긴 근무경력과 나이를 내세워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약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이 판결은 “자신의 긴 근무경력과 나이 등을 내세워 감독자인 조장에게 모욕적인 언사와 비꼬는 말투를 하며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사안”으로 설명됩니다.
이 판결은 결국 조직문화상 서열이 공식 직급을 압도하는 경우를 보여줍니다.
즉, 법원은 “직급이 낮다 = 관계 우위 부정”이라는 형식논리를 따르지 않고, 현장에서 누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본 것입니다.
3. 울산지방법원2021가합14843 사건
정보통제가 만든 ‘상사 따돌림’ 구조
울산지방법원 2021가합14843 판결은 법원 주요판결로 소개된 사건으로,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의 해고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 사례입니다. 법원 홈페이지와 관련 해설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법원은 상급자에 대한 배제 행위와 조직적 고립을 포함한 괴롭힘 정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이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업무에 필요한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피해자가 직상급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무일정이나 비상근무조 현황 같은 실무상 핵심 정보가 피해자를 배제한 채 공유되었다면, 이는 단순한 인간관계 갈등이 아니라 업무수행 기반 자체를 흔드는 배제로 볼 수 있습니다. 상급자라 하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감독권은 사실상 무력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례는 정보 독점과 커뮤니케이션 배제 자체가 관계 우위의 실질적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관계 우위가 연령·근속 같은 개인적 요소뿐 아니라 업무 운영을 통제하는 기능적 지배력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4. 대전고등법원2023나15101 사건
️ 과도한 이메일·문제제기까지 ‘관계 우위 이용’으로 본 확장형 사례
대전고등법원 2024. 8. 22. 선고 2023나15101 판결은 연구기관 내에서 이루어진 과도한 이메일 전송행위와 후속 보호조치의 적법성이 문제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경고처분 자체는 현실적 인사상 불이익이 없어 확인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했지만, 사무실 이동·연구실 분리·장비 이관 등 후속조치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로서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그 전제가 된 메일 전송행위가 동료의 명예를 훼손하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이후 대법원 2024다284852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된 것으로 소개됩니다.
실무상 이 사건이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법원이 관계 우위 판단 요소를 비교적 넓게 포착했다는 데 있습니다. 월간노동법률 해설은 이 판결을 두고 관계 우위 개념을 다소 확장한 사례로 평가하면서 비판적 검토의 필요성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이 판결은 “하급자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명제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어디까지를 실질적 우위로 볼 것인지라는 새로운 논쟁도 남긴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하급자 가해자성을 인정한 논리의 공통점과 차이점
위 판결들을 함께 놓고 보면, 법원이 하급자의 가해자성을 인정할 때 보는 요소는 대체로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직급보다 ‘실질적 영향력’을 본다
네 사건 모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법원이 인사상 직급보다 실제 조직 내 영향력을 중시했다는 것입니다.
하급자라도 팀 내 핵심인물과 결합하거나, 근속·연령·비공식 서열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보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면 관계 우위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공식 권한’이 아니라 ‘권한 무력화’가 문제 된다
특히 2020구합84143과 2021가합14843은 피해자가 형식상 상급자 또는 감독자였음에도, 행위자가 그 권한을 현장에서 무력화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서는 누가 직급상 높으냐보다, 누가 상대를 실질적으로 위축시키고 고립시켰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3. 배제와 고립은 강력한 판단 요소다
단체대화방 배제, 정보 미공유, 특정 구성원만의 결속, 반복적 비꼼과 공개적 무시 등은 모두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어렵게 하고 조직 내 위치를 약화시키는 방식입니다. 법원은 이런 행위를 단순한 불화가 아니라 근무환경 악화 행위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4. 최근 판례일수록 ‘관계 우위’를 더 유연하게 본다
초기에는 상사-부하 구도가 전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동료·하급자에 의한 괴롭힘도 폭넓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전고등법원 2023나15101은 관계 우위 개념을 상당히 넓게 본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직괴 우위성 진단 체크리스트로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직ㆍ간접적 지휘ㆍ명령 권한이 있는가 ▲부서가 달라도 직급 체계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위자인가 ▲나이, 근속기간, 학벌, 전문성 등에서 암묵적 우위가 존재하는가 ▲특정 파벌을 형성하거나 다수가 합세해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인가 ▲단발성ㆍ우발적 다툼인가 아니면 권력의 불균형을 무기화한 지속적ㆍ구조적 압박인가 등을 제시했다.
언어적 괴롭힘의 4대 법적 판단기준으로 ▲고성, 비난, 질책을 정당화할 업무상 납득 가능한 사유가 전무한가(합리적 사정 부재) ▲일회성ㆍ우발적 발언인가 아니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괴롭힘인가(반복성-지속성) ▲발언의 수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일상적 지도ㆍ조건ㆍ충고'의 수준을 명백히 넘었는가(수준 초과) ▲여러 사람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행해져 피해자의 모욕감과 수치심을 의도적으로 가중시켰는가(공개성)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