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김문수 노동부장관 등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지지원법 입법발의 국민 보고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당·정이 추진하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 초안이 공개됐다. 노동약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지만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현행 노동법 보호를 받기 어려운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지원사항을 담았다.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소액생계비 자금대출, 상병수당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주요하게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생토론회를 열고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을 약속했다.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용자 범위 확대를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과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와 같은 본질적 해법을 놔둔 채 변죽만 울린 법안이란 지적이다.
노동약자 정의 “노무제공자·영세사업장 노동자”
국민의힘은 26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 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에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형동·임이자·김위상 의원 등 여당 관계자를 포함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했다.
한 대표는 노동약자지원법(별칭 기댈언덕법) 제정 계획을 밝히면서 “노동약자들은 입법 미비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속에서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노동약자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때문에 이날 법안의 상세한 조문은 공개하지 않았고, 핵심내용만 소개했다.
노동약자는 국가로부터 지원·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의 사업에 대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지급받아 현행 노동법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사람 △현행 노동법상 근로자임에도 사업장 특성·여건 등으로 근로조건의 개선 등을 도모하기 어려운 사람 △노동약자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 사람 등으로 규정했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약자 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현황·처우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관련 정책심의를 위한 노동약자지원위원회 설치 근거 조항도 담았다.
쉼터 설치·생계비 대출 등
시행 중인 노동정책 ‘새롭게 포장?’
노동약자지원법은 국가가 주체가 돼 재정사업을 통해 노동약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한계다. 법 조문은 크게 복지증진, 권익보호, 표준계약서 제정·보급, 보수 미지급 예방,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지원, 경력 관리, 공제회 설립·지원, 노동약자지원재단 설립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내용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차별성이 크지 않다. 노동약자의 복지 증진 사업으로 명시된 휴게시설·쉼터 설치, 복지 물품 지원, 소액생계비 대출, 협력사 노동자의 복지후생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근로복지공단은 특수고용직, 1인 자영업자 등에 이미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제정·보급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노동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마련·배포에 힘쓰고 있다.
일한 대가를 누락 없이 받을 수 있게 국가가 결제대금 예치(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노무제공 분쟁 해결을 위해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은 기존 정책에서 한 발 나아갔다. 조정안은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갖도록 했다.
하지만 ‘노동약자’가 일하면서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일 뿐,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무제공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하는 과정에서 부당해고나 마찬가지인 불공정계약해지 등의 다툼이 발생해도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법안처럼 노동위원회의 ‘분쟁조정’에 그치는 이유다. 그나마 노동위원회에서 분쟁조정을 받을 수 있는 노무제공자 중 일부는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 조정대상과 겹칠 것으로 보인다.
“표준계약서 작성은 당연한데, 제도개선과 병행해야”
노동계는 당·정이 발표한 노동약자지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노동약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지원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며 “당정이 발표한 ‘노동약자지원법’으로는 고용형태 다양화 등 앞으로 더욱 급변할 노동환경에도 대응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절과 배제를 넘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노동법 보호체계로의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내고 “기만적 노동약자법을 폐기하고 노동법 개정하라”며 “노동약자가 노동법 사각지대 노동자를 말한다면 노동법 사각지대를 없애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고, 노동과정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라면 해당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하도록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기댈언덕법이라면서 헌법 34조2항에서 규정하는 국가의 사회보장 의무(사회보험 등)가 전혀 없다”며 “표준계약서를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노동약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연차휴가·병가, 4대 사회보험 적용 밖에 있으니 제도적 보완을 하면서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이 맞는데 제도개선은 놔두고 지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있는 제도 갖다 붙인 ‘노동약자지원법안’
당정 초안 공개, 표준계약서 보급·분쟁조정위 설치 등 담아 …
노동계 “노동법으로 보호해야” 전문가 “제도개선 않고 지원만 하나”
당·정이 추진하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 초안이 공개됐다. 노동약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지만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현행 노동법 보호를 받기 어려운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지원사항을 담았다.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소액생계비 자금대출, 상병수당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주요하게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생토론회를 열고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을 약속했다.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용자 범위 확대를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과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와 같은 본질적 해법을 놔둔 채 변죽만 울린 법안이란 지적이다.
노동약자 정의 “노무제공자·영세사업장 노동자”
국민의힘은 26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 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에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형동·임이자·김위상 의원 등 여당 관계자를 포함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했다.
한 대표는 노동약자지원법(별칭 기댈언덕법) 제정 계획을 밝히면서 “노동약자들은 입법 미비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속에서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노동약자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때문에 이날 법안의 상세한 조문은 공개하지 않았고, 핵심내용만 소개했다.
노동약자는 국가로부터 지원·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의 사업에 대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지급받아 현행 노동법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사람 △현행 노동법상 근로자임에도 사업장 특성·여건 등으로 근로조건의 개선 등을 도모하기 어려운 사람 △노동약자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 사람 등으로 규정했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약자 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현황·처우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관련 정책심의를 위한 노동약자지원위원회 설치 근거 조항도 담았다.
쉼터 설치·생계비 대출 등
시행 중인 노동정책 ‘새롭게 포장?’
노동약자지원법은 국가가 주체가 돼 재정사업을 통해 노동약자를 지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한계다. 법 조문은 크게 복지증진, 권익보호, 표준계약서 제정·보급, 보수 미지급 예방,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지원, 경력 관리, 공제회 설립·지원, 노동약자지원재단 설립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내용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차별성이 크지 않다. 노동약자의 복지 증진 사업으로 명시된 휴게시설·쉼터 설치, 복지 물품 지원, 소액생계비 대출, 협력사 노동자의 복지후생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근로복지공단은 특수고용직, 1인 자영업자 등에 이미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제정·보급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노동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마련·배포에 힘쓰고 있다.
일한 대가를 누락 없이 받을 수 있게 국가가 결제대금 예치(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노무제공 분쟁 해결을 위해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은 기존 정책에서 한 발 나아갔다. 조정안은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갖도록 했다.
하지만 ‘노동약자’가 일하면서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일 뿐,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무제공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하는 과정에서 부당해고나 마찬가지인 불공정계약해지 등의 다툼이 발생해도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법안처럼 노동위원회의 ‘분쟁조정’에 그치는 이유다. 그나마 노동위원회에서 분쟁조정을 받을 수 있는 노무제공자 중 일부는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 조정대상과 겹칠 것으로 보인다.
“표준계약서 작성은 당연한데, 제도개선과 병행해야”
노동계는 당·정이 발표한 노동약자지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노동약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지원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며 “당정이 발표한 ‘노동약자지원법’으로는 고용형태 다양화 등 앞으로 더욱 급변할 노동환경에도 대응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절과 배제를 넘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노동법 보호체계로의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내고 “기만적 노동약자법을 폐기하고 노동법 개정하라”며 “노동약자가 노동법 사각지대 노동자를 말한다면 노동법 사각지대를 없애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고, 노동과정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라면 해당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하도록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기댈언덕법이라면서 헌법 34조2항에서 규정하는 국가의 사회보장 의무(사회보험 등)가 전혀 없다”며 “표준계약서를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노동약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연차휴가·병가, 4대 사회보험 적용 밖에 있으니 제도적 보완을 하면서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이 맞는데 제도개선은 놔두고 지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