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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못 바꾸면 평생 노예로 살아야 해"

관리자
2023-01-17
조회수 23

[장현진 현대삼호중 블라스팅 노동자 대표] “이번에 못 바꾸면 평생 노예로 살아야 해”

물량팀 노동자들 4대 보험 보장 요구하며 36일째 작업 거부



 



▲ 강예슬 기자

“일이 없으니 나오지 마라”는 말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몸이 아파도 유급병가는커녕 연차도 꿈꾸기 어려워 통증 완화 주사를 맞으며 일을 나선다. 아프다는 이유로 일하지 못하면 손해는 온전히 노동자 몫이다. 그런 그들이 4대 보험 보장을 요구하며 자진해 일손을 놓은 지 한 달이 넘었다. 현대삼호중공업 블라스팅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매일노동뉴스>가 16일 오전 전남 영암군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사무실을 찾아 장현진 블라스팅 노동자 대표와 만났다.

“물량팀을 우리가 선택했다?
다른 선택지 없었다”

장씨와 동료들은 이날도 여느 날과 같이 동트기 전 집에서 나와 캄캄한 어둠 속 출근 선전전을 한 뒤 지회 사무실을 찾았다. 따뜻한 컵라면과 김밥으로 온기를 채우고 허기를 달랬다. 일을 쉬고 있지만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블라스팅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기 위한 선전전을 진행하고, 문제를 바깥으로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수시로 연다. 이날 오전에도 전남도의회 주최로 전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블라스팅 노동자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연대도 이어지지만 문제 해결이 더디다. 지난해 12월12일 시작된 작업거부는 이날로 36일째를 맞았다.

- 투쟁하게 된 이유는.
“조선소 호황 때 (블라스팅 노동자) 100명 정도가 일했다. 지금은 65명 정도 남았다. 떠나간 이들은 (사업주가) ‘내일부터 나오지마’라고 해 해고가 됐다. 갑자기 해고하는데, 임금도 못 주는 업체도 있었다. 노동지청에 가서 이야기를 해도 우리들은 4대 보험에 가입이 안 돼 있어서, 실업급여도 안 된다고 한다. 일을 그만둔 뒤 몸이 안 좋아 산업재해를 신청하려다가도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으니, 산재보상이 안 된다.”

- 사업주는 물량팀의 급여가 높고, 노동자 스스로 물량팀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현대삼호중공업도 그렇고 대불국가산업단지도 그렇고 블라스팅 업무는 다 물량팀으로 진행됐다. 대불산단에 현대미포조선 2공장이 있었을 때 거기는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월급제였다. 물량팀보다는 월급이 150만원 정도 적었지만, 거기 일하던 사람들은 그만 안 두고 계속 일했다.(현대미포조선 2공장은 조선업 불황기의 여파로 2017년 4월 문을 닫았다.) 회사는 우리가 돈 많이 번다고 하는데 빨간 날 출근하고 잔업수당·연차수당·퇴직금이 다 포함된 돈이다.”

- 회사는 왜 물량팀을 고수한다고 보나.
“비용 절감, 생산성 말고는 (이유가) 없다.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것이다. 노동자들도 처음에는 월급제보다 더 많은 돈을 받으니 (물량제에) 현혹되는데, 1~2년 하다 보면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을 안다. 여름휴가나 명절이 끼어 쉬면 임금이 크게 줄어든다. 하청업체 휴가가 2주였을 때는 절반가량 줄었다. 개인사정이 있어 불가피하게 일을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 몫을 처리한다. (회사가) 주는 돈은 똑같다.”

“틀어지고, 굳은살 박인 손”
블라스팅 업무는 고압의 에어와 쇳가루를 혼합 분사해 철판의 녹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페인트 접착력을 높이는 작업이다. 블라스팅 노동자들의 손이 성할 리 없다.

- 업무가 고되다고 들었다.
“(호스의) 압력이 심하다. 똑바로 서서 일하기 힘들어 상체가 앞쪽으로 기운 채 일한다. 휴대전화 진동과 같은 진동이 손에 계속 있다고 보면 된다. 호스를 잡는 손가락이 약간씩 틀어지고 굳은살이 박인다. 저 같은 경우는 2주에 한 번씩 굳은살을 잘라 낸다.

아프다고 하루 쉬면 그날 돈을 못 벌고, 자비로 치료를 해야 하니 쉬기 어렵다. 통증 완화 주사를 맞고 일하는데 건강보험 지원이 안 되는 비급여다. 아침에 (아파서) 진짜 못 일어날 때 쉬는 거다.”

장씨는 조선업 불황기 잠시 조선소를 떠났다가 조선업 사정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동료의 부름에 2019년께 돌아왔다. 하지만 현재 블라스팅 노동자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는 게 장씨의 말이다. 그는 “예전에는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끔 족장을 (매뉴얼에) 맞게 만들어 줬다”며 “그런데 현재는 3층으로 족장을 만들 것을 2층으로 만들고, ‘우마’라는 발판을 두고 일하게 한다”고 전했다.

- 사측과의 교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한 번 만났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본공 기준) 시급 1만5천800만원을 제안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다 수용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다른 소리를 한다.”

작업 중단에 나선 노동자가 속해 있는 블라스팅 업체 3곳은 지난 10일 ‘선행도장 3개사 대표 성명서(2차)’를 내고 “직접 채용 조건으로 현대중공업 수준의 시급제 전환 및 4대 보험 가입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서도 “블라스팅 종사자들의 전원 민형사상 면책 및 전원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자 개별적으로 복직 의사를 밝히면 논의하겠지만, 집단으로는 불가능하며 특히 주동자의 경우 복귀시킬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 블라스팅 노동자의 작업거부로 채용한 대체인력도 전원복귀 불가의 이유가 되고 있다. 대체인력은 어느정도 고용한 것인가.
“숫자로만 보면 대체인력이 (처음) 작업거부에 나섰던 인원(38명)보다 더 많다. 44명이 일하고 있는데, 생산량은 기본의 30~40% 수준이라고 한다. 제작 공정에 따라 물량이 계속 나오는데, 빨리 순환이 안 돼 후속 공정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블라스팅 다음 공정인 도장 업무는 일이 없어 교대로 쉬고 잔업도 없다고 한다. 도장의 경우 거의 최저시급이라서 잔업특근을 해야 생계가 되는데 거기가 제일 걱정이다.”

▲ 고강도 노동으로 현대삼호중공업 블라스팅 노동자의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히고, 손가락이 변형된 모습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고강도 노동으로 현대삼호중공업 블라스팅 노동자의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히고, 손가락이 변형된 모습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지금대로면 한국 조선업 미래 없어”

- 싸움이 길어질 것 같다.
“예전부터 작업거부를 하면 레퍼토리가 있다. 손해배상 문자 날리고 복귀하라고 하고, 협박성 고소·고발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해 12월12일 월요일 작업거부를 시작하기 이틀 전 토요일 추가 작업이 끝나자마자 (작업 이행) 문자를 보냈다. (단체행동을) 무조건 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3개 회사는 노동자를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상태다. 작업중지로 발생한 손해배상도 계획 중이다. 업체 대표들은 “본인 행위를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각서)을 하는 경우 민·형사 건은 일체 취하, 면책하겠다”며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있다.

- 버티는 힘이 궁금하다.
“동료애가 강하다. 이번에 못 바꾸면 평생 노예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여기서 멈추고 들어가면 회사에서 하도급계약서를 쓰라고 할 것이다.”

회사와 하도급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블라스팅 노동자 스스로 개인사업자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 18년 동안 조선업에 몸담았다. 내부자로서 한국 조선업의 미래를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뒤를 따라갈 것이라고 본다. 물량제 고용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체계적인 신규인력 양성이 안 된다. 물량을 중국에 뺏기고 문 닫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강예슬 기자▲ 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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