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배전노동자가 20여년간 활선작업을 하며 특고압 전자파에 노출돼 걸린 ‘갑상선암’은 업무상 재해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배전전기원의 갑상선암에 관해 산재를 인정한 첫 대법원 사례다. 앞서 1심은 산재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의학적 인과관계’ 판단 엇갈린 하급심
1심 “근로자 증명 부당” 2심 “상당성 부족”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9일 배전전기원 A(5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가 암 진단을 받은지 10년여 만이자 소송이 시작된 지 4년 만의 대법원 결론이다.
사태의 발단은 A씨가 장기간 ‘무정전’ 상태인 전신주에 올라 송·배전선로 유지·보수를 수행하면서 시작됐다. 1995년부터 배전원으로 일한 A씨는 1998년부터는 직접 충전부에서 작업하는 ‘직접활선공법’이 일반화되며 혼자 활선 작업차에 올랐다.
하루 전신주 평균 20~30개를 맡아 기자재와 전선을 교체했고, 특히 여름철에는 전력수요가 증가하면서 변압기가 고장이 나면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5년 11월 갑자기 ‘갑상선 유두암’을 진단받았다.
A씨측은 2만2천볼트에 달하는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신주에서 작업하며 전자파(초저주파 자기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암이 발병했다며 암 진단 약 5년 만에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성을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하고,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유해인자의 직업적 노출은 없다”며 불승인했다.
A씨는 2021년 1월 소송을 냈고 1심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본지 2022년 8월3일자 “배전 노동자 ‘갑상선암’ 첫 업무상 재해 인정” 참조>
1심은 ‘인과성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는 공단 주장에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다”며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증명책임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직접활선공법’으로 작업한 배전전기원의 수가 적어 연구결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직접활선작업이 금지된 2017년부터는 전기원들이 스틱으로 활선을 조정해 작업하고 있다. A씨는 충전부에 직접 올라 작업했다. 배선전기원의 전자파 노출 수치가 높다는 부분 역시 업무상 재해 인정 근거로 삼았다. 활선작업자의 극저주파 자기장 평균 수치는 일반 회사원의 26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항소했고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극저주파 자기장과 갑상선암 발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는 산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자료사진 어고은 기자
대법원, 심리 6개월 만에 파기환송
노동계 “근로복지공단, 신속히 보상해야”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건설노동자들은 공단의 신속한 산재 처리를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선고 직후 성명을 내고 “사법부가 올바른 역할을 한 데 반해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후퇴시키고자 했다”며 “공단은 일하다 다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되레 산재를 불승인하고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결과적으로 승인이 늦어졌다. 공단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해를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은 2018년 166.8일에서 지난해 9월 232.1일로 늘어났다.
배전노동자 ‘갑상선암’ 대법원은 ‘산재’ 인정했다
20년간 특고압 전신주 올라 전자기장 반복 노출 … 2심 뒤집고 대법원 “업무상 재해”
배전노동자가 20여년간 활선작업을 하며 특고압 전자파에 노출돼 걸린 ‘갑상선암’은 업무상 재해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배전전기원의 갑상선암에 관해 산재를 인정한 첫 대법원 사례다. 앞서 1심은 산재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의학적 인과관계’ 판단 엇갈린 하급심
1심 “근로자 증명 부당” 2심 “상당성 부족”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9일 배전전기원 A(5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가 암 진단을 받은지 10년여 만이자 소송이 시작된 지 4년 만의 대법원 결론이다.
사태의 발단은 A씨가 장기간 ‘무정전’ 상태인 전신주에 올라 송·배전선로 유지·보수를 수행하면서 시작됐다. 1995년부터 배전원으로 일한 A씨는 1998년부터는 직접 충전부에서 작업하는 ‘직접활선공법’이 일반화되며 혼자 활선 작업차에 올랐다.
하루 전신주 평균 20~30개를 맡아 기자재와 전선을 교체했고, 특히 여름철에는 전력수요가 증가하면서 변압기가 고장이 나면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5년 11월 갑자기 ‘갑상선 유두암’을 진단받았다.
A씨측은 2만2천볼트에 달하는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신주에서 작업하며 전자파(초저주파 자기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암이 발병했다며 암 진단 약 5년 만에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성을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하고,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유해인자의 직업적 노출은 없다”며 불승인했다.
A씨는 2021년 1월 소송을 냈고 1심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본지 2022년 8월3일자 “배전 노동자 ‘갑상선암’ 첫 업무상 재해 인정” 참조>
1심은 ‘인과성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는 공단 주장에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다”며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증명책임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직접활선공법’으로 작업한 배전전기원의 수가 적어 연구결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직접활선작업이 금지된 2017년부터는 전기원들이 스틱으로 활선을 조정해 작업하고 있다. A씨는 충전부에 직접 올라 작업했다. 배선전기원의 전자파 노출 수치가 높다는 부분 역시 업무상 재해 인정 근거로 삼았다. 활선작업자의 극저주파 자기장 평균 수치는 일반 회사원의 26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항소했고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극저주파 자기장과 갑상선암 발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는 산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심리 6개월 만에 파기환송
노동계 “근로복지공단, 신속히 보상해야”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건설노동자들은 공단의 신속한 산재 처리를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선고 직후 성명을 내고 “사법부가 올바른 역할을 한 데 반해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후퇴시키고자 했다”며 “공단은 일하다 다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되레 산재를 불승인하고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결과적으로 승인이 늦어졌다. 공단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해를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은 2018년 166.8일에서 지난해 9월 232.1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