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택시회사가 ‘사납금(기준운송수입금)’ 폐해를 막기 위한 최저임금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택시기사에게 고정급이 없는 100%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탈법 행위로서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정근로시간 감축이 아닌 완전성과급 형태로 임금체계를 운용한 사례는 드물다. 최근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을 우회하는 택시회사들이 임금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향을 보여 이번 판결이 택시업계 ‘편법’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춘천시 택시회사, 특례조항 시행에 성과급제 운용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춘천지법 민사6단독(판사 유승원)은 춘천시 소재 택시회사 H사 소속 택시기사 A씨 등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 발단은 2008년 3월 개정된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춘천시에서 2010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다. 특례조항은 실제 운행으로 얻은 수입과 상관없이 매일 정해진 기준운송수입금을 납부하는 ‘사납금제’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기사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초과운송수입금(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했다. H사 기사들은 2020년 2월까지 ‘정액사납금’ 형태로 보수를 받다가 2020년 3월부터 전액관리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다.
2021년 운송수입금 따라
소정근로시간·기본급 ‘고무줄’
특례조항이 시행되자 회사는 ‘성과급제’를 꺼냈다. 노사는 2014년 하루 운송수입금 기준 14만3천원을 초과한 금액을 성과금으로 책정했다. 이후 2018년 임금협정에서 월 근무시간이 67.1시간으로 줄어들자 택시기사들은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해 무효라며 최저임금 미달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루 소정근로시간은 2009년 임금협정이 정한 8시간으로 봐야 한다며 기사들의 청구를 인용했고 2023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회사는 오히려 ‘100% 성과급’으로 임금체계를 변경했다. 임금협정서는 성과급을 ‘승객의 안전수송과 서비스에 대한 의욕을 고취하고 성실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월 기준운송수입금을 초과한 운송수입금에 대해 지급하는 급여’로 정했다.
노사는 2020년 하루 소정근로시간을 5.3시간으로 정하고 월 사납금 약 3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을 성과금으로 산정했다. 그러다가 2021년에는 아예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지 않고 월 운송수입금에 따라 하루 소정근로시간과 기본급이 바뀌도록 바꿨다. 월 운송수입금(18만~500만원)을 기준으로 하루 소정근로시간과 월 기본급이 정해지고, 월 운송수입금이 297만원을 초과하면 성과급이 지급되는 구조였다.
2010~2020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무효”
재판 쟁점은 2020~2021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였다. 법원은 2010년 이후 2018년까지의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탈법행위라고 전제한 후 2020~2021년 임금협정 역시 무효라고 판단했다. 유승원 판사는 “이 사건 합의 역시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실제 택시기사들의 근무형태는 2009년 이전부터 월 18일 만근(2일 근무·1일 휴무)로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2020년 임금협정은 택시미터가 작동된 시간을 기준으로 근무한 경우에 한해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정했다. 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완전성과급제, 법원 “최소한 고정급 보장 못해”
특히 ‘완전성과급제’인 2021년 임금협정에 관한 법원 판단은 주목할 부분이다. 유 판사는 “(2021년 임금협정에 따르면)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함은 물론 만근을 다 채워도 운송수입금이 낮으면 최소한의 고정급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며 “특례조항 입법취지는 임금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는바, 2021년 임금협정은 이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례조항은 강행법규이므로 택시기사들이 소정근로시간 변경에 합의했더라도 무효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법원은 200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하루 8시간)과 소정근로일수(월 18일)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을 책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택시기사들을 대리한 강호민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이번 사건은 고정급이 없는 완전성과급제 임금지급 방식이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잠탈하고 있는 점을 판단한 사례”라며 “최근 다양해지는 택시회사의 최저임금법 잠탈 시도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과급 100%’ 택시회사 편법, 법원 “원천 무효”
소정근로시간 줄이다가 고정급 없이 보수 지급 … 법원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잠탈”
택시회사가 ‘사납금(기준운송수입금)’ 폐해를 막기 위한 최저임금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택시기사에게 고정급이 없는 100%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탈법 행위로서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정근로시간 감축이 아닌 완전성과급 형태로 임금체계를 운용한 사례는 드물다. 최근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을 우회하는 택시회사들이 임금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향을 보여 이번 판결이 택시업계 ‘편법’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춘천시 택시회사, 특례조항 시행에 성과급제 운용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춘천지법 민사6단독(판사 유승원)은 춘천시 소재 택시회사 H사 소속 택시기사 A씨 등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 발단은 2008년 3월 개정된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춘천시에서 2010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다. 특례조항은 실제 운행으로 얻은 수입과 상관없이 매일 정해진 기준운송수입금을 납부하는 ‘사납금제’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기사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초과운송수입금(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했다. H사 기사들은 2020년 2월까지 ‘정액사납금’ 형태로 보수를 받다가 2020년 3월부터 전액관리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다.
2021년 운송수입금 따라
소정근로시간·기본급 ‘고무줄’
특례조항이 시행되자 회사는 ‘성과급제’를 꺼냈다. 노사는 2014년 하루 운송수입금 기준 14만3천원을 초과한 금액을 성과금으로 책정했다. 이후 2018년 임금협정에서 월 근무시간이 67.1시간으로 줄어들자 택시기사들은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해 무효라며 최저임금 미달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루 소정근로시간은 2009년 임금협정이 정한 8시간으로 봐야 한다며 기사들의 청구를 인용했고 2023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회사는 오히려 ‘100% 성과급’으로 임금체계를 변경했다. 임금협정서는 성과급을 ‘승객의 안전수송과 서비스에 대한 의욕을 고취하고 성실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월 기준운송수입금을 초과한 운송수입금에 대해 지급하는 급여’로 정했다.
노사는 2020년 하루 소정근로시간을 5.3시간으로 정하고 월 사납금 약 3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을 성과금으로 산정했다. 그러다가 2021년에는 아예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지 않고 월 운송수입금에 따라 하루 소정근로시간과 기본급이 바뀌도록 바꿨다. 월 운송수입금(18만~500만원)을 기준으로 하루 소정근로시간과 월 기본급이 정해지고, 월 운송수입금이 297만원을 초과하면 성과급이 지급되는 구조였다.
2010~2020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무효”
재판 쟁점은 2020~2021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였다. 법원은 2010년 이후 2018년까지의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탈법행위라고 전제한 후 2020~2021년 임금협정 역시 무효라고 판단했다. 유승원 판사는 “이 사건 합의 역시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실제 택시기사들의 근무형태는 2009년 이전부터 월 18일 만근(2일 근무·1일 휴무)로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2020년 임금협정은 택시미터가 작동된 시간을 기준으로 근무한 경우에 한해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정했다. 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완전성과급제, 법원 “최소한 고정급 보장 못해”
특히 ‘완전성과급제’인 2021년 임금협정에 관한 법원 판단은 주목할 부분이다. 유 판사는 “(2021년 임금협정에 따르면)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함은 물론 만근을 다 채워도 운송수입금이 낮으면 최소한의 고정급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며 “특례조항 입법취지는 임금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는바, 2021년 임금협정은 이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례조항은 강행법규이므로 택시기사들이 소정근로시간 변경에 합의했더라도 무효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법원은 200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하루 8시간)과 소정근로일수(월 18일)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을 책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택시기사들을 대리한 강호민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이번 사건은 고정급이 없는 완전성과급제 임금지급 방식이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잠탈하고 있는 점을 판단한 사례”라며 “최근 다양해지는 택시회사의 최저임금법 잠탈 시도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