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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인정한 판결

관리자
2023-09-12
조회수 428

아이돌보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한 판결

박치현 변호사(박치현 법률사무소)




▲ 박치현 변호사(박치현 법률사무소)


대상판결: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19다252004 판결


1.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아이돌봄 지원법 7조에서 정한 자격을 갖추고 서비스기관인 피고들에 소속돼 피고들이 제공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직접 수행한 ‘아이돌보미’들이다. 피고들은 아이돌봄 지원법 11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지정된 법인으로서 광주광역시장 또는 그 산하의 각 구청장으로부터 광주지역 아이돌봄 서비스 사업의 운영을 위탁받아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사업자들이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피고들에게 고용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2016년 1월20일경 광주지방법원에 피고들을 상대방으로 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 소송 경과

(1) 1심 판결 : 광주지법 2018. 6. 22. 선고 2016가합50308 판결

이 사건의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1심은 아이돌보미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과 피고들의 사용자성을 모두 인정했으나, 원고들의 청구원인 중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청구 부분은 전부 인정,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청구 부분은 전부 기각했다.

1심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 또는 1년간의 소정근로일수의 정함이 없을 뿐 아니라 원고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성질상 이를 미리 정할 수도 없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주휴수당이나 연차휴가 일수를 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 2심 판결 : 광주고법 2019. 6. 19. 선고 2018나23307 판결

2심(원심)은 “1심에서의 원고 승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전부 패소” 판결을 했다. 원심은 “아이돌보미들이 사용종속관계에서 서비스기관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더라도, 원고들과 사이의 근로계약상 권리·의무는 원고들이 소속된 서비스기관인 광주 각 구의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 귀속된다고 봐야지, 서비스기관의 운영권한만 위탁받은 것에 불과한 피고들에게 원고들과 사이의 근로계약상 권리·의무가 귀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쟁점과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①원고인 아이돌보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 ②피고인 아이돌봄 서비스 수탁기관들이 원고들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여부다.

가. 아이돌보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

1) 아이돌보미들은 서비스기관과 활동기간·장소, 활동내용, 수당, 계약해지 등 근로계약의 기본적인 사항이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작성했고, 특히 원고들이 활동한 기간 중 2014년 4월부터 2015년까지는 근로계약서라는 명칭으로 계약서가 작성됐다.

2) 아이돌보미의 직무내용이 아이돌봄 지원법에 규정돼 있었고(5조),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았지만 매년 여성가족부가 발간하는 ‘아이돌봄 지원사업 안내’가 아이돌보미의 복무를 규율하는 일종의 지침이 돼, 서비스기관은 이에 따라 원고들의 업무수행을 지휘·감독했다.

3) 서비스기관은 원고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어 아이돌봄서비스 제공 업무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상세한 업무내용을 기재한 활동일지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정기적으로 아이돌보미들과 간담회, 월례회를 개최했다. 원고들은 서비스기관에 매 근무시작 및 종료 시점을 보고했고, 서비스기관은 보고와 활동일지 점검 등을 통해 아이돌보미의 근태를 관리했다.

4)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들에게 이용가정의 신청조건을 문자메시지로 공지하면 아이돌보미들이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의사를 밝히고 서비스기관이 그 중 적합한 아이돌보미를 해당 가정에 배정했다. 원고들에게 원치 않는 조건의 가정을 배정받지 않을 선택권은 있었지만, 근무시간 및 장소를 지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은 서비스기관이 행사했다. 근무시간 및 장소가 근로계약 체결 시부터 확정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특정 가정과 연계된 경우에 확정되는 것은 아이돌봄 서비스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지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 일단 이용가정이 배정된 후에는 원고들은 정해진 시간, 장소에서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고, 이용가정과의 개별적 협의로는 근무시간 및 장소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었으며 서비스기관을 통해서만 변경이 가능했다.

5)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의 아이돌봄서비스 연계를 중지하는 등의 제재를 할 수 있었다.

6) 아이돌보미가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돌봄서비스 연계를 제한하고, 재활동을 원하는 경우 면접을 거쳐야 하는 등, 아이돌보미가 활동을 계속적으로 수행하도록 유인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었다.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가 수시로 교체되지 않고 서비스가 전속적으로 제공되도록 노력했다.

7) 원고들은 3자를 고용해 배정받은 아이돌봄서비스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다. 원고들은 근무시간에 비례한 일정액을 보수로 지급받을 뿐 추가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 없었고 손실을 초래할 위험을 부담하지도 않았다.

8) 아이돌보미들은 업무성격상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근무시간에 비례한 일정액을 보수로 지급받았다.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들에게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4대 보험에 가입시켰으며 퇴직금을 지급했다. 퇴직금 지급 및 4대 보험 가입은 여성가족부가 고용노동부에 아이돌보미가 근로자인지 질의한 결과 고용노동부가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힘에 따라 시행된 것으로, 이를 단순한 시혜적 조치라고 볼 수 없다.

나. 피고들이 임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 여부

원심이 원고들과 사이의 계약상 권리·의무는 ‘서비스기관의 운영권한만 위탁받은 피고’가 아니라 각 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서비스기관’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에 관해, 대상판결은 ‘서비스기관’을 다시 ‘서비스기관 자체’와 ‘서비스기관의 설치·운영자’로 구별했다. 그리고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서비스기관 자체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시설에 불과하고, 서비스기관으로 지정받는 주체인 ‘서비스기관의 설치·운영자’, 즉 피고들이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을 실질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주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표준계약서의 작성, 보조금의 교부 및 정산, 4대 보험의 가입 등이 각 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내지 그 센터장의 명의로 돼 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들이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른 서비스기관의 설치·운영자’이자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광주시 각 구가 설치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운영을 위탁받은 수탁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일 뿐이고, 결국 아이돌보미들의 채용을 결정하고 업무 지시를 하는 등 실질적으로 근로계약서상 사용자로서 지휘·감독을 한 것은 서비스기관이므로, 그 설치·운영자인 피고들이 원고들과의 관계에서 사용자가 된다고 판단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법리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명료하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고용노동관계의 실질을 놓고 보더라도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요소와 부인되는 요소가 혼재된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 동일한 실질관계를 놓고도 이를 노동자성 인정의 근거로 삼는 논거와 부인의 근거로 삼는 논거가 공존하기도 한다. 이는 특히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동자적 지표와 사용자적 지표를 희석시키는 경우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대상판결의 사례가 그와 같았다.

1심이 노동자성의 표징으로 보았던 표준계약서의 내용, 아이돌보미의 업무상 특성이 반영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결정 방식,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아이돌보미들이 작성한 활동일지·정기적인 간담회와 월례회·모니터링 등의 지휘·감독 기능 수행 여부, 고정급·상여금 없이 근로시간에 연동된 수당체계, 근로소득세의 징수와 퇴직금 및 4대 보험 적용의 경위 등에 대해 원심은 이를 정반대로 해석해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표징으로 삼았다. 그 후 대상판결에 이르러 위 항목들에 대한 원고들의 근무실태는 다시 한 번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표징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대상판결은 ‘아이돌봄 지원사업 안내’와 표준계약서에 기재된 아이돌보미들의 활동기간·장소, 활동내용, 수당, 연계 중지 제재, 계약해지 등 사항이 비록 아이돌봄 지원법의 내용을 대부분 가져와 여성가족부가 일괄해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두고 피고들이 사용자로서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과 재량이 없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그것들이 아이돌보미의 복무를 규율하는 일종의 지침이 돼, 피고들이 이에 따라 원고들의 업무수행을 직접 지휘·감독했다는 측면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동관계의 종속성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자(사용자를 관리·감독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을 중심으로 평가할 게 아니라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자의 근로형태를 결정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한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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