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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조지아주 집단구금, 한국에선 일상이다

관리자
2025-10-13
조회수 115


조지아주 집단구금, 한국에선 일상이다


“위험하고 더러운 일” 맡겨놓고 체포…미등록 양산하는 고용허가제와 추락사 낳는 단속 실태

울산 ㄱ업체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뒤 수갑을 찬 모습. 금속노조 제공

울산 ㄱ업체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뒤 수갑을 찬 모습. 금속노조 제공

2025년 9월16일 오전 9시30분쯤, 울산의 모듈화산업단지 내 자동차부품 회사 ㄱ업체로 들어가는 10개 입구 모두를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울산출입국) 직원 수십 명이 에워쌌다. 울산출입국 직원이 ㄱ업체 생산직 이사에게 단속을 통보하는 동시에 무차별 단속이 이뤄졌다. 울산출입국 직원들은 일단 모든 이주노동자를 잡아 버스에 태운 뒤 비자가 확인되면 돌려보냈다. 이날 ㄱ업체에는 주간조 미등록 이주노동자 50여 명이 일했는데, 이 가운데 41명이 체포돼 수갑을 찼다.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미국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한국 노동자 317명이 체포·구금된 게 불과 12일 전이었다. 한국 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채우는 단속 현장 영상에 한국 사회 전체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 장면은 한국에서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조지아주 구금 사태’는 우리 정부의 거울

“이해가 안 돼요.” 한국에서 19년째 살고 있는 베트남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박영주(36)씨는 최근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두고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 정부는 우리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보고 잡아야 한다고 여기잖아요. 우리도 단순히 일하러 온 건데 (…) 왜 미국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잡혔을 때 그렇게 화내고 어이없어하나요? 한국 정부가 계속해온 방식이잖아요.”

박씨는 미성년자이던 2006년 한국인과 결혼해 입국한 뒤 1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 비자 없이 미등록 상태로 거주하며 식당부터 미싱 공장, 자동차부품 공장 등에서 일하며 같은 베트남 출신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현재는 대구에서 아이를 키우며 작은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보며 그는 “못된 말이지만 이런 케이스가 더 많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한국 노동자들이 국외에서 체포되고 구금되는 일이 더 발생해야 한국에서 똑같이 체포되고 구금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조금은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국내에 거주하는 필리핀 노동자 공동체인 ‘카사마코’의 의장을 맡고 있는 챗(58)씨도 ‘아이러니’한(모순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금 당장 거울을 보면 돼요. 거울엔 트럼프 정부가 미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했던 것과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그것을 직시하고 그 반대로만 하면 됩니다.” 챗씨는 1994년부터 취업차 한국을 세 차례 오가다가 2006년부터는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머물며 일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3년 동안 지정된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고,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해 최대 4년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고, 사업주와 노동자가 서로를 원해도 장기간 일할 수 없는 구조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미등록 상태로 남게 되는 근본적 배경이다. 챗씨는 “고용허가제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일터를 옮기기도 어려운데, 사장은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 이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주로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위험 부담 없이 쉽게 자르고 대체할 수 있다. 보통 규모가 큰 공장의 사업주들은 책임을 피하고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문으로 쓰는 하청업체를 끼고 공장을 운영한다. 이번에 단속된 울산 이주노동자들도 ㄱ업체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단속된 이들의 자리는 금방 다른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채워졌다.

2025년 9월30일 울산 중구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울산이주민센터와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단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석우 기자

2025년 9월30일 울산 중구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울산이주민센터와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단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석우 기자

한국 건설 현장서 미얀마인이 숨진 까닭

9월30일 오전, 울산출입국 앞에 50여 명이 모였다. 울산출입국의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단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다. 김미옥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장은 “한국 출입국·외국인청이 울산 공장에서 벌인 단속은 미국 당국이 조지아주에서 벌인 단속과 똑같은 사태”라며 “미국 트럼프 정부의 단속엔 우려와 분노를 표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단속엔 침묵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ㄱ업체의 공장은 경사진 언덕에 위치했다. 정문이 있는 쪽은 공장과 밖의 도로 높이 차이가 크지 않지만, 반대쪽은 아파트 4층 정도 높이 차이가 났다. 단속이 이뤄질 때 일부 이주노동자가 창문이나 옥상에서 밖으로 뛰어내려 타박상 등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크게 다친 사람은 없지만, 현장에서 벗어난 이주노동자들의 부상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압적이고 비인권적인 단속은 꾸준히 반복됐다. 2018년 경기도 김포 건설 현장 단속 과정에서 미얀마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추락해 숨졌고, 2024년엔 경북 경주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타이 국적의 임신한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담을 넘다가 떨어지며 발목이 골절됐다. 이 노동자는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추방됐다가 타이에서 유산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18년 이주노동자 추락 사망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인 뒤 법무부에 사고 책임이 있는 관계자 징계와 인명사고 위험 예상시 단속 중지 등을 권고했지만, 법무부는 관계자 징계 등 일부 사항에 대해 ‘불수용’ 의사를 회신했다. 인권위는 당시 단속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인지 등록 이주노동자인지 분별없이 일단 제압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등 과도한 강제력이 사용됐고 장시간 수갑이 사용된 점도 지적했지만, 이번 울산 단속에서도 이런 행태는 반복됐다.

정부는 단속을 더 강화하는 추세다. 법무부는 2022년 말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까지 불법체류 외국인을 20만 명대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기조 아래 2023년 2만7992명, 2024년 3만3773명을 단속했고, 2025년 8월까지 2만7385명을 잡았다. 특히 2025년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을 보면 향후 5년간 불법체류 단속 인력을 500명 더 늘리고, 사업장 출입조사권 신설을 위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반인권적 단속 방식이라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겨레21 질의에 “불법체류 외국인 증가는 서민 일자리 경쟁, 외국인 범죄 증가 등 사회문제를 유발하며, 합리적 외국인력 정책 추진에 곤란을 초래한다”며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을 통해 불법체류자 감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울산 단속과 관련해서도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침해 없이 단속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울산 ㄱ업체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뒤 수갑을 찬 모습. 금속노조 제공

울산 ㄱ업체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뒤 수갑을 찬 모습. 금속노조 제공

조건 안 좋으니 미등록 이주노동자 쓰면서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무조건 범죄자로만 몰아가요. 헬멧 안 쓰고 오토바이 타다가 걸리면 나쁜 짓 맞죠. 그런데 우리는 그냥 단순히 일하고 일하다가 잡혀가는 거예요. 우리가 한국 일자리를 빼앗는다고도 얘기하는데, 생각해보세요. 조건이 좋은 곳은 한국 사람이나 비자 있는 사람을 뽑아요. 위험하고 더러운 일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쓰는 거예요. 오히려 우리가 한국 경제를 도와주는 거 아닌가요. 차별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게 이해되지 않아요.” 거울 속 조지아주 구금 사태에 분노하는 한국 사회를 향한 박영주씨의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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