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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조달청 '공공 에스크로' 민간 개방 전자카드로 계좌 정보, 근로시간 전산화

관리자
2025-11-13
조회수 246


[단독] "용역업체가 월급 100만원 떼가요" 막을 '공공 에스크로' 구축 추진···정부가 임금 전용계좌 제공한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72>조달청 '공공 에스크로' 민간 개방
전자카드로 계좌 정보, 근로시간 전산화
노동부 "연내 법 개정, 시스템 구축 목표"
국회 예산 확보 및 입법 지원 절실한 상황

정부가 임금체불과 중간착취 방지책으로 에스크로제 의무화와 발주자 직접 지급제도 시행을 준비 중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정부가 임금체불과 중간착취 방지책으로 에스크로제 의무화와 발주자 직접 지급제도 시행을 준비 중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정부가 용역 등 하도급 업체가 원청이 책정해서 내려보내는 노동자 임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상당부분 중간착취하는 현상을 봉쇄하기 위해, 조달청 시스템과 연계해 민간기업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를 만들기로 했다. 도급비 중에서 임금 몫을 에스크로에 별도 보관해 노동자에게 지급토록 하는 방식이다.

또한 공공에스크로 시스템이 완성되면, 아예 전자카드로 출·퇴근을 기록해서 이를 토대로 임금을 원청이 직접 노동자에게 보내주는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하청을 통한 간접고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임금체불과 중간착취로 인한 노동 양극화가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사회 불평등을 완화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지난 7월 기준 임금체불액은 1조3,421억 원에 달해 피해자만 17만 명에 이르렀다. 또 지난 6월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일하다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한 하청노동자 고(故) 김충현씨의 임금(직접노무비) 중 절반 이상의 금액을 하청업체가 착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안에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 개정을 마무리하고 건설업과 조선업에 먼저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추후 시행령을 통해 청소, 경비, 제조업 사내하청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안에 공공에스크로 개발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1단계, 에스크로 의무화…건설·조선부터 시작

그래픽= 박종범 기자

그래픽= 박종범 기자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조달청이 사용하고 있는 공공 에스크로시스템(하도급 지킴이)을 민간에 개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공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인 만큼 결재방식과 보안체계를 민간에 맞게 개편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이미 개발된 에스크로제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현장 의견을 수렴해 보니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에스크로제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수수료 부담이 적은 공공 에스크로를 민간에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도급업체로 일감이 내려가도 노무비용은 계속해서 에스크로에 묶여 있는 만큼 다단계 중간착취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현행법은 정부 등 공공기관이 발주(도급금액 3,000만 원 이상, 공사일 30일 이상)한 건설업만 의무적으로 에스크로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선업은 상생협약을 통해 하청 임금 에스크로제를 시행하곤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에스크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중간착취방지법안을 발의해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공공발주 공사뿐만 아니라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모든 사업에 공공 에스크로 시스템을 이용하는 조항을 담았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과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발주 도급계약에 대해서도 노무비용과 일반비용을 구분해 지급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이 법안대로 인건비와 사업비를 실질적으로 구분하기 위해선 에스크로제 사용이 필요하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공공기관 발주에만 적용되는 에스크로 시스템을 민간발주 공사에도 확대하도록 했다.

그래픽= 박종범 기자

그래픽= 박종범 기자

노동부 관계자는 "에스크로제 사용을 단순히 권고할 것이라면 행정시스템만 개편하면 끝나지만 제도 효율성을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의무 적용을 시행해야 한다"며 "연말까지 열릴 입법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1순위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이 개정되면 얼마 이상의 도급비, 어느 업종에까지 적용할지는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정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하도급 계약 많은 건설업, 조선업에 우선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조업의 경우 임금비용과 일반비용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어떤 업종까지 정해질지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경비 등 인력만을 공급하는 노무 하도급의 경우는 비교적 적용이 쉬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간접고용(하청, 파견 등) 노동자를 346만 명으로 추산했는데, 노동계는 이후 그 숫자가 더 늘어나 550만 명 이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앞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에 공공 에스크로 민간 개방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국회에서 반영이 필요하다. 조달청 관계자는 "국가 시책 사업으로 하도급 지킴이 민간 이용 확대를 위한 예산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2단계, 발주자 직접 지급제…전자카드 활용 계획

정부는 발주자 직접 지급제도 도입을 위해 전자카드를 공공 에스크로와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 건설노동자가 전자카드를 이용해 출퇴근 기록을 입력하는 모습. 민주노총 건설노조 제공

정부는 발주자 직접 지급제도 도입을 위해 전자카드를 공공 에스크로와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 건설노동자가 전자카드를 이용해 출퇴근 기록을 입력하는 모습. 민주노총 건설노조 제공

임금 별도 예치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발주자(원청) 직접 지급제도'도 추진한다. 이 제도는 사업이 계약대로 이행된 뒤 발주자가 에스크로에 예치된 노무비용을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임금체불 유형 중 발주자가 노무비용을 일반비용과 구분해 내려줬음에도 도급업체가 노무비용을 움켜쥐고 지급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방편이다. 발주자 직접 지급제도는 에스크로 시스템을 우선 구축한 뒤, 이를 토대로 도입할 수 있다.

구체적 방식은 우선 에스크로에 개별 노동자의 계좌번호와 출퇴근 근로시간을 기록한 전자카드를 연결한다. 이후 사업이 완료된 것을 확인한 원청이 전산으로 노무비용 지급 버튼을 누르면 도급업체를 거치지 않고 에스크로에 예치된 노무비용이 개별 노동자 계좌로 직접 지급된다.

전자카드 시스템은 이미 공공발주 건설업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출근길에 전자카드를 기계에 찍는다. 퇴근 때도 마찬가지다. 전자카드에는 노동자의 출퇴근 기록과 개인 계좌번호가 저장돼 있어 임금을 쉽게 계산하고 지급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달청 공공에스크로를 민간에 개방하는 시스템 작업과 전자카드를 공공에스크로에 연계하는 작업만 이뤄지면 되는데 지금 노동부, 조달청, 국토부가 논의 중"이라며 "연내 시스템 마련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달청과 기획재정부도 적극적이다.

그래픽= 박종범 기자

그래픽= 박종범 기자

다만 전자카드를 건설, 조선업종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예산도 필요한 만큼, 에스크로제 의무화와 발주자 직접 지급제 도입을 위한 국회의 속도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노동계도 에스크로 시스템 의무화와 발주자 직접 지급제 도입에 기대감을 보였다. 박세중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건설현장의 경우 발주자가 도급업체에 비용을 지급해도 중간에 돈이 새나가서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가 많다"며 "분명 도급업체가 돈을 수령하고도 받은 것이 없다고 잡아떼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더 근본적으로 임금체불과 중간착취를 막으려면 에스크로제를 토대로 발주자 직접 지급제도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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