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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조선업, “해외 공장 확대에 노동조합 ‘감시자’ 역할 필수”

관리자
2026-03-19
조회수 1055

한국 조선업체의 해외 투자 배경과 향후 과제

[제조업 이슈] “해외 공장 확대에 노동조합 ‘감시자’ 역할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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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이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은 1970년대 울산과 거제에 대형 조선소들을 설립한 이후이다. 1970년대 당시 현대조선(현재 HD현대)이 설립될 때부터 ‘사양산업’인 조선업에 왜 진출하냐는 의견들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조선업 불황이 극심했을 때도 조선업은 사양산업이니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사양산업’이라는 단어는 조선업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수시로 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조선업이 한국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 진입한 2015년에도 조선업 사양 산업론은 매번 꾸준히 제기되었다.

“과거 일본의 독무대였던 조선업에 한국의 기업들이 저렴한 인건비 및 약간의 기술력으로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론 중국의 기업들이 말도 안 되는 인건비와 스펀지처럼 세계에서 흡수한 기술력으로 세계의 선박수주를 독차지할 게 분명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인 조선업은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 (2008년 11월 8일 삼성중공업 주식토론방)

“조선업은 이미 중국에 주도권 넘어간 사양산업”(2015년 4월 28일 다음 증시 토론방)

낡은 조선업 사양 산업론

한국 언론들이 2010년대 조선업 위기 때 조선소는 정부가 지원하기보다 청산을 해야 한다고 당연한 듯 말했는데, 최근 조선업의 위상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오래된 조선업 사양 산업론의 근거로는 글로벌 산업 경쟁(competition in global indestry) 논리를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가치사슬(value chain) 이론으로 유명한 포터(M. Porter) 등이 정리한 논의에 따르면 1940년대까지는 리벳 건조 방식으로 초기 강선 건조를 주도한 영국이 조선업 패권을 차지했다. 1950년대 원가 경쟁에서 앞선 서유럽(독일, 스웨덴 등)으로 패권이 넘어갔다. 이후 용접 기술을 활용한 블록공법을 도입한 일본이 1960~80년대 세계 패권을 차지했다가, 설비투자와 공법 혁신으로 한국이 1990년대 중반 이후 패권을 잡았다. 2000년대 이후로는 중국이 원가 우위를 기반으로 패권을 차지하면서 한국 조선업은 경쟁력을 상실해 사양산업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렇다면 한국 조선업은 정말 사양산업인가?

기존 조선업 사양 산업론은 1980년대 이후 조선업의 선종 다양화 및 대형화, 그리고 건조공법의 발전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결정적인 한계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 조선소들이 건조하는 선박은 광물, 농산물 등 고체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과 석유 등 액체를 수송하는 유조선 두 유형이 중심이어서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두 선종을 주력으로 하면서 각국의 해군 수요와 사람을 운송하는 여객선, 크루즈 등의 수요가 일부 있었다. 한국 조선업이 주력으로 하는 LNG운반선(액화 가스 운송)과 컨테이너선은 1950년대 후반 개발되었고, 해상 교역에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두 선종은 2000년대 이후 대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해군 특수선 시장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조선업의 시대별 경쟁 패러다임 변화. 출처 = Cho Dong Sung and Porter, M. E.(1987), Changing Global Industry Leadership: The case of Shipbuilding. 1990년대 이후 내용 추가조선업의 시대별 경쟁 패러다임 변화. 출처 = Cho Dong Sung and Porter, M. E.(1987), Changing Global Industry Leadership: The case of Shipbuilding. 1990년대 이후 내용 추가

이런 점에서 사양 산업론은 현대 조선업 초기의 단순한 상품시장을 전제하고 있고, 1980년대 이후 조선업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조선업 사양 산업론’은 2000년대 이후 조선업 성장과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설득력 없는 논의인데도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조선업에 대한 투자를 방해했다. 종사자들이 낡은 사양산업에 종사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조선업 전반을 위축시켜 왔다.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일국이 주도권을 잡는 것을 전제하는 조선업 사양 산업론은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다. 선박 시장별로 주도하는 나라가 공존하는 방식의 설명과 분석이 필요하다.

한중의 세계 조선업 양분

2010년대 이후 세계 조선업은 한중일 3국이 주도해 왔다. 2010년대 건조량을 기준으로 중국이 35~40%, 한국이 30% 초반, 일본이 15~20%를 차지했는데, 최근 일본 조선업이 쇠락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표준선 전략’와 ‘외국인력 활용’ 증가 시점 이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동일한 선박을 반복 건조하는 표준선 전략은 엔지니어링(설계) 역량 약화, 외국인력 활용은 기능직 숙련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2020년대 이후 일본은 자국의 선박 건조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건조 실적을 계속 기록한다. 일본 조선업의 수주량 급감의 여파는 중국 조선업의 수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기존 ‘조선업 3국지’에서 향후 세계 조선업은 ‘한국과 중국이 양분’으로 변하고 있다.

2025년 말 조선업종 전문매체인 <일간조선해양>은 향후 세계 조선업 전망에 대해 “중국이 벌크선, 탱커 등을 중심으로 중하 기술력이 필요한 다수의 시장을 주도한다. 한국은 LNG를 비롯한 미래의 가스 운반선(수소,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액화 수송선), 극지 탐사선, 고가의 해군용 군함‧잠수함 등 상류 기술력이 필요한 영역을 중심으로 세계 조선업이 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앞서 설명한 한국 조선업 사양 산업론이 맞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진단이다.

최근 중국 조선업은 7~8년 전과 완전히 다른 체질 변화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은 엄격한 생산공정 관리를 통한 인도일(delivery) 준수를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최근에는 중국도 인도일을 잘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0년 이상 건조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공정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진 결과로 벌크선 등의 중하 기술력 기반 선박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기술 차이는 없다. 인도일 준수는 곧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더 이상 중국 정부 지원에 의존해서 버티지 않는다. 자립하고 있다. 중국 주요 조선소 대부분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다. 영업이익률이 10%대로 높은 조선소들도 여러 곳이다. 과거 한국 조선업이 1990년대 초반까지 정부 지원으로 조선업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과 비슷한 경로로 중국 조선업도 성장하고 있다.

반면 상류 기술력 기반 선박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중국에 우위를 점한다. 향후에도 탈탄소 기반 선박 및 다양한 가스 운반선 등에서 한국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업 패러다임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조선업은 두 개의 층위로 구분될 것이다. 이러한 산업구조는 2000년대 이후 세계 조선업 시장의 질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산업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한국 조선업은 상류 기술 기반으로 ‘고품질/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 고숙련 기능직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함께 현장 기능직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해외 진출과 과제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의 주요 해외투자 현황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의 주요 해외투자 현황

이제 한국 조선업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업황이 회복된 2023년 이후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빅3 조선소의 해외투자 현황을 확인한 결과 위 표와 같다.

해외투자 유형은 1) 기존 해외조선소 투자 2) 해외조선소 인수․확보 3) 해외 신규 조선소 설립․합작 4) 해외 생산 협력․위탁 건조로 구분한다. 3사의 해외투자 전략은 차이가 있는데, HD현대는 해외에 다중 생산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한화오션은 미국 중심의 방위산업 시장 대응이 핵심이다. 삼성중공업은 직접 투자보다는 국내외 조선업체들과의 MOU를 통해 중저가 선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이 같은 국내 조선업체들의 해외투자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세계 선박 수요 대비 선박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Clarksons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조선소 수와 선박 건조 역량 모두 많이 감소했다. 조선업 호황으로 생산이 정점이었던 2009년 국제 교역용 선박을 건조 가능한 조선소는 321개였으나, 2023년에는 131개에 불과해 조선소 수 자체가 크게 줄어 들었다.

세계 선박 건조 역량 또한 2011년 63.7백만CGT에서 2024년에는 48.8CGT 줄어들었다. 특히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많이 감소했다. 덴마크 <Danish Ship Finance> 분석에 따르면 2-tier(중소형) 조선소들은 생산능력의 35%를 차지하지만, 수주잔량은 10%에 불과하다. 1-tier(대형) 조선소들은 생산능력의 65%, 수주잔량의 90%를 관리한다. 수주잔량이 부족한 2-tier 조선소들의 폐쇄가 지속되면서 2040년 2-tier 조선소는 현재의 1/3만 남을 것으로 전망한다.

2024년 세계 선박 건조 역량(48.8백만 톤)과 2021~24년 평균 발주량(55.9백만 톤)을 고려하면 지금 선박 만들 조선소 야드가 부족하다. 실제로 공급이 부족해 2021년부터 신조선 가격이 급등했다(신조선가 지수 2020년 말 125 → 2025년 말 184). 최근 해군용 특수선 수요까지 늘어나며 조선소 공급부족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HD현대가 HD현대베트남조선(HVS) 생산능력 확대와 건조 선박 다변화를 본격 추진하며 베트남을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HD현대베트남조선 칸호아성 공장 전경. 사진=HD현대HD현대가 HD현대베트남조선(HVS) 생산능력 확대와 건조 선박 다변화를 본격 추진하며 베트남을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HD현대베트남조선 칸호아성 공장 전경. 사진=HD현대

물론 우려가 분명히 있다. 베트남을 제외하면 국내 조선업체들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2000년대 초중반 남해안에 중소형 조선소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가 2009년 이후 대거 문을 닫았다. 혹독한 구조조정 경험이 있어서 국내 신규 조선소 건설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조선소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렵다. 인건비가 낮은 국가들과 조선업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한국 조선소 사용자들은 원하청 노사관계의 부상과 중대재해 처벌 강화를 ‘사업 리스크’로 인식한다. 이에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 조선업체는 국내외 조선소의 병행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초대형 구조물인 선박 건조 작업은 ‘구상(엔지니어링)과 재현(실제 건조)’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조선업 해외 진출 성공 사례가 드문 것은 구상과 재현의 분리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국내에서 엔지니어링만 하기보다는 실제 건조 작업도 진행하면서 설계 도면상의 종이배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과정에서 관리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해외 공장 미래 불확실 ··· 노사정 함께 조선업 중장기 발전 전략 세워야

결국 조선소 인력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장 기능직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조선업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 조선업이 엔지니어와 생산기능직 숙련 인력 확보 실패로 쇠락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산 대부분을 담당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조건 개선, 즉 원하청 격차 해소가 중요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확 줄어든 ‘사내하청→직영’ 전환 경로(사다리)를 일정하게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2월 24일 산업통상부가 조선업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 3천2백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술개발 투자 등 ‘산업정책’과 엔지니어·생산기능직 노동환경 개선 등 ‘노동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해외 진출 확대가 무조건 장밋빛은 아니다. 정부는 한국 조선업의 해외 진출 확대에 환호만 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노사정 테이블을 만들어 중장기적인 조선업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

노동조합 역할도 필수다. 해외 공장 확대를 두고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사용자 측은 해외투자 문제를 노동조합과 논의해야 하고, 노동조합은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조선업체들의 해외투자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풀어야 할 당면한 과제는 확실하다. 숙련 노동자 인력 확보와 원하청 다단계 구조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 금속노조가 조선업체 해외투자 확대를 비롯한 국내 조선산업 현황과 쟁점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길 기대한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지난해 7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앞에서 ‘조선노연 2025년 임단투 승리 총파업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는 조선플랜트협회에 조선소 다단계 하청구조 해소와 하청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사진=박향주 홍보국장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지난해 7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앞에서 ‘조선노연 2025년 임단투 승리 총파업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는 조선플랜트협회에 조선소 다단계 하청구조 해소와 하청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사진=박향주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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