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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주노동자 정책, 통제→공존으로 전환해야

관리자
2026-04-14
조회수 700


이주노동자 정책, 통제→공존으로 전환해야 [왜냐면]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기 위해 쇠사슬을 몸에 감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기 위해 쇠사슬을 몸에 감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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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승 | 경남이주민센터 대표

한국 사회는 이미 이주노동자 110만명 시대에 진입했다.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 이른바 ‘3디(D) 업종’에서 이주노동자는 필수적인 노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들의 권익 보호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산업재해, 임금체불, 폭력, 열악한 주거환경 등 인권 침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

2003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생 제도의 폐단을 개선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외국인력 정책은 부처별로 분산 운영되며 통합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출입국, 고용, 사회통합 정책이 각각 따로 움직이면서 현장의 혼선과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범정부 차원의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외국인력 정책을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이다. 현행 제도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노동자는 임금체불이나 폭력 등 부당한 처우를 겪어도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은 인권 보호의 출발점이자, 노동시장 정상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의 임금체계는 숙련도와 무관하게 최저임금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노동의 질적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 비전문에서 숙련으로 이어지는 체계적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이는 내국인 노동시장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한편, 약 38만명에 이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역시 더 이상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미 산업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제도 밖에 머무는 한, 인권 사각지대 해소와 노동시장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일정 요건을 갖춘 이들의 합법화는 그 규모에 따라 연간 1조원 이상 세수 확대도 가능하다.

이제 한국 사회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주노동자를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인가. 통합적 권익 보호는 시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다. ‘통제’에서 ‘공존’으로의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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