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한 달하고도 열흘가량 지나면서 우려했던 소송 남발보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교섭절차가 주목받고 있다. 매일 쌓이고 있는 원·하청 교섭에 관한 노동위원회 판정을 바라보는 노사의 표정은 마뜩잖다. 왜일까.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사 단체는 우선 교섭단위 분리에 대한 노동위 판정이 일관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주된 취지로 고용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시행령을 고쳤는데 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감안하는 것 같지 않다”며 “원칙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분리하지 마라는 게 시행령 취지인데 반대로 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자회사 따로 협력사 따로’ 시행령 지켰나
노조법 시행령 14조의11은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는 단위인 교섭단위와 관련한 사항을 담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의 분리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은 14조의11 3항에 제시됐다.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 당시 노동위가 교섭단위를 결정할때 고려사항인 근로조건 차이(1호), 고용형태(2호), 교섭 관행(3호)에 더해 4호를 신설해 원·하청 교섭 관련 ‘우선 고려사항’을 담았다.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다른 노조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시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등을 3항 각호 사항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제철 사건에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원청 현대제철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인천지노위는 하청 노조 교섭단위를 자회사인 현대ITC·현대IEC·현대ISC·현대IMC·현대스틸파이프와 당진·순천의 사내협력사로 나누어 묶었다. 교섭창구를 자회사는 자회사끼리, 사내협력사는 사내협력사끼리 단일화하고 각각 교섭대표노조를 뽑아 원청과 교섭하라는 의미다. 현대제철 자회사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노조가 조직돼 있다. 인천지노위가 우선 고려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유사한 철강업종인 포스코 원·하청 교섭에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금속노련의 포스코협력사공급사노조연대를 따로 교섭하도록 결정한 것과 대비된다.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 사건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다. 17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 사내 급식업체인 웰리브 비정규 노동자가 제기했던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인용했다.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중흥토건·건설에 대해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가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쪽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사현장에서 원청의 관리감독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데다 전남지노위도 민간기업 도급계약서나 작업지시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못한 것을 기각 이유로 봤다.
지노위 판단 일관성 부족 ‘논란’
이처럼 개정 노조법 시행 뒤 1차 관문인 지노위에서는 공익위원 등의 시각에 따라 원·하청 교섭 여부가 판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조법 시행령은 14조의11 3항에서 4호를 우선 판단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는 3호와 4호를 종합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이나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나 부당노동행위 같은 구체적 위법행위가 발생한 전적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흐름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원·하청 교섭을 지연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의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에 의존하거나, 불필요하게 판단을 요청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박 국장은 “일부 노조가 교섭요구 사실공고 미게시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가 수용하겠다는 사용자 답변을 받고 신청을 취하했는데, 다시 사용자가 단체교섭 판단지원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내 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은 다르지만 신속한 교섭요구 사실공고와 교섭단위 분리 결정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포스코도 사내협력사 기업노조가 재차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제기해 교섭이 지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계도, 내용은 노조 주장과 다르지만 일관된 결정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을 만든 만큼 노동위가 이를 준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용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지침이 법률은 아닌 만큼 구속력이 강하지 않고, 노사 모두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불만이 많았지만 정부가 주도해 노사 양쪽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하나의 준칙이므로 이에 따른 교섭 질서가 형성되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지침에서) 도급상 일반적 지배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인정된 사례도 있는 등 초기 교섭질서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사용자쪽은 실제 판정문 송달 뒤 법률 검토를 거쳐 불복수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했던 초기 혼란에 노출될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흔들리는 노동위 원·하청 교섭 판단기준
‘상급단체별 분리’ 시행령 우선적용, 지역별 달라 … “기껏 만든 지침 안 지키나” 사용자는 소송 고민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된 지 한 달하고도 열흘가량 지나면서 우려했던 소송 남발보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교섭절차가 주목받고 있다. 매일 쌓이고 있는 원·하청 교섭에 관한 노동위원회 판정을 바라보는 노사의 표정은 마뜩잖다. 왜일까.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사 단체는 우선 교섭단위 분리에 대한 노동위 판정이 일관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주된 취지로 고용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시행령을 고쳤는데 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감안하는 것 같지 않다”며 “원칙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분리하지 마라는 게 시행령 취지인데 반대로 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자회사 따로 협력사 따로’ 시행령 지켰나
노조법 시행령 14조의11은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는 단위인 교섭단위와 관련한 사항을 담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의 분리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은 14조의11 3항에 제시됐다.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 당시 노동위가 교섭단위를 결정할때 고려사항인 근로조건 차이(1호), 고용형태(2호), 교섭 관행(3호)에 더해 4호를 신설해 원·하청 교섭 관련 ‘우선 고려사항’을 담았다.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다른 노조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시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등을 3항 각호 사항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제철 사건에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원청 현대제철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인천지노위는 하청 노조 교섭단위를 자회사인 현대ITC·현대IEC·현대ISC·현대IMC·현대스틸파이프와 당진·순천의 사내협력사로 나누어 묶었다. 교섭창구를 자회사는 자회사끼리, 사내협력사는 사내협력사끼리 단일화하고 각각 교섭대표노조를 뽑아 원청과 교섭하라는 의미다. 현대제철 자회사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노조가 조직돼 있다. 인천지노위가 우선 고려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유사한 철강업종인 포스코 원·하청 교섭에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금속노련의 포스코협력사공급사노조연대를 따로 교섭하도록 결정한 것과 대비된다.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 사건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다. 17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 사내 급식업체인 웰리브 비정규 노동자가 제기했던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인용했다.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중흥토건·건설에 대해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가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쪽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사현장에서 원청의 관리감독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데다 전남지노위도 민간기업 도급계약서나 작업지시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못한 것을 기각 이유로 봤다.
지노위 판단 일관성 부족 ‘논란’
이처럼 개정 노조법 시행 뒤 1차 관문인 지노위에서는 공익위원 등의 시각에 따라 원·하청 교섭 여부가 판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조법 시행령은 14조의11 3항에서 4호를 우선 판단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는 3호와 4호를 종합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이나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나 부당노동행위 같은 구체적 위법행위가 발생한 전적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흐름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원·하청 교섭을 지연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의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에 의존하거나, 불필요하게 판단을 요청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박 국장은 “일부 노조가 교섭요구 사실공고 미게시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가 수용하겠다는 사용자 답변을 받고 신청을 취하했는데, 다시 사용자가 단체교섭 판단지원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내 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은 다르지만 신속한 교섭요구 사실공고와 교섭단위 분리 결정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포스코도 사내협력사 기업노조가 재차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제기해 교섭이 지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계도, 내용은 노조 주장과 다르지만 일관된 결정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을 만든 만큼 노동위가 이를 준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용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지침이 법률은 아닌 만큼 구속력이 강하지 않고, 노사 모두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불만이 많았지만 정부가 주도해 노사 양쪽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하나의 준칙이므로 이에 따른 교섭 질서가 형성되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지침에서) 도급상 일반적 지배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인정된 사례도 있는 등 초기 교섭질서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사용자쪽은 실제 판정문 송달 뒤 법률 검토를 거쳐 불복수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했던 초기 혼란에 노출될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