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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이라는 위험한 마술

관리자
2026-08-11
조회수 429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이라는 위험한 마술

 

 

박의근 | 코리아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최근 일부 법률가들이 기발한 주장을 내놓았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정한 노동쟁의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상법상 경영 판단이나 다른 법률과 관련된 사항은 시행령으로 제외하자는 것이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 배분은 근로 조건으로 보지 않는다고 시행령에 명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법률을 고치기 어려우니 시행령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참 편리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무 문제도 없는 듯한 착시의 매직이 일어난다.

 

그런데 법적으로 따져 보면, 이것이 차력쇼인지 매직쇼인지 의문이 든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하도록 하고, 제75조는 법률이 구체적으로 위임한 사항과 법률의 집행에 필요한 사항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다. 노동3권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므로 그 행사 범위를 줄이려면 법률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시행령은 판단 요소와 집행 절차를 구체화할 수 있을 뿐, 법률이 인정한 권리의 범위를 독자적으로 줄일 수는 없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를 임금에 관한 분쟁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근로자의 지위와 기타 대우 등 근로 조건에 관한 분쟁을 포함한다. 여기에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명시적으로 넣었다. 국회가 법률로 그렇게 정했다. 그런데 시행령에서 “상법상 경영 판단에 관한 사항은 노동쟁의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에 따른 성과 배분은 근로 조건으로 보지 않는다”고 노동3권의 범위를 잘라낼 수 있을까. 현재 노동조합법에는 그러한 제한을 시행령에 맡긴다는 위임 규정도 없다. 참고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을 세무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시행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률이 그어 놓은 경계 안에 표지판을 세우는 것이 시행령의 역할인데, 표지판을 세우라고 했더니 담벼락을 통째로 안쪽으로 옮겨 권리의 땅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담벼락에 ‘표지판’이라고 쓴 견출지를 붙인다고 담벼락이 표지판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이름만 ‘판단 기준’이나 ‘시행 절차’라고 붙인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물질 변환 마법은 법원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나 역시 정부 지침, 시행규칙, 시행령이 법률과 헌법을 뒤집는 역피라미드형 법체계를 우리 헌법이 채택했다는 강의는 들은 적이 없다.

 

이번엔 노동조합법 제1조를 살펴보자. 제1조의 종착지는 산업 평화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두 축은 노동3권의 보장과 조정 절차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산업 평화는 노동3권을 축소하여 이뤄내라는 것이 아니라, 노사 양 당사자의 이해 충돌을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라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성과급 산정식에 영업이익이 들어갔다고 근로 조건이라는 성분을 통째로 증발시킬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노동자의 요구가 부당하면 사용자는 교섭에서 반박하고 거부할 수 있다. 교섭 대상이 된다는 것이 사용자의 거부권이나 경영권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사용자의 경영상 이익이 등장했다고 노동3권이 자동으로 퇴장해야 한다는 구절도 헌법과 노동조합법 어디에도 없다. 충돌이 있다면 ‘조정’하라는 것이 법에 적혀 있을 뿐, 어느 일방의 권리를 증발시킬 수 있다는 조항은 노동조합법과 헌법 그 어디에도 없다. 한쪽의 이익이 등장하는 순간 다른 쪽의 권리를 지우는 시행령을 창설한다면, 이는 물질 변환 마법을 최고 수준으로 부려도 현행 법체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는 잠시 말을 잃었다. 노동쟁의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지침 등을 통해 기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국회를 건너뛰고 행정 입법으로 국회가 만든 법률을 뒤집겠다는 말씀을 보니 참으로 신기했다. 법률의 위임 없이 시행령으로도 하지 못할 일을 시행규칙이나 지침으로 할 수 있을 리 없다. 행정부가 판단 요소를 제시하는 것과, 국회가 법률로 인정한 노동3권의 행사 대상을 행정부가 다시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정녕 개정 노동조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법률 자체를 고치면 된다. 권리를 왜 다시 제한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국회의 심의와 표결을 거치면 된다. 번거로운가.

 

어, 그렇다. 민주주의는 원래 번거롭다.

 

그러나 번거로움을 피해 시행령, 시행규칙, 지침을 동원한다면, 그것은 차력쇼인 동시에 매직쇼다. 헌법이 ‘권리 제한’으로 통하는 ‘문’이라면 법률은 그 문에 달린 ‘자물쇠’이고, 법률 내 위임 규정은 ‘열쇠 구멍’이다. 시행령이라는 열쇠는 그 구멍에 맞아야 작동한다. 열쇠 구멍도 없는 자물쇠에 시행령이라는 열쇠를 초스피드, 풀파워로 내리꽂는 순간 자물쇠가 사라지고 자동문으로 변하는 마술이라도 부리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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