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두 기업이 같은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활동단위’로 운영됐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5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또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할 때는 ‘국내 사용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5명 이상 사업장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외국기업의 ‘5명 이상 사업장’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세운 최초 사례다.
동일 사업장 기준은 ‘인적·물적 조직, 재무·회계 밀접성’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여행사 비코트립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25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 쟁점은 ‘상시 근로자수’ 판단 기준이었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관한 해석이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사업 또는 사업장’을 해석하는 지표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원칙적으로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판단했다. 법인격이 다른 조직은 예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여러 개 조직이 있을 때 사업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를 두고 별도의 기준점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단순한 협력관계나 계열회사·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경영목표나 사업활동이 사실상 동일하다면 법인격이 다른 조직이더라도 같은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때 ‘특별한 사정’ 여부는 △업무 종류·성질·목적·수행방식·장소의 동일성 △업무지시와 근로자 채용·근로조건 결정 등 인사노무관리의 통일적 행사 △사업활동 내용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해 결합해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밀접하게 운영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세웠다. 해당 기준에 포함될 경우 독립된 사업체가 아니므로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두 계열사, 한 공간서 같은 업무 “하나의 사업”
이러한 법리는 이번 사건에도 적용됐다. 비코트립과 B사는 2018년 11월 호주에 본사를 둔 디지털 관광업체의 계열회사가 됐다. B사 한국영업소는 2019년 3월부터 비코트립과 사무실을 함께 사용했다. 그런데 비코트립 회계 담당자 A씨가 2020년 10월 폐업을 이유로 해고되면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수’를 두고 다퉈졌다.
비코트립과 B사 한국영업소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A씨 해고 무렵 비코트립의 직원은 3명, B사 한국영업소 직원은 6명이었다. 노동위원회 판단은 엇갈렸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A씨 퇴직일 전 1개월 동안 비코트립의 상시근로자수는 3명”이라며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격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중노위는 비코트립과 B사 한국영업소는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두 회사의 상시 근로자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 돼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며 초심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폐업상태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중노위 판단이 옳다고 봤다. 1심은 비코트립과 B사 한국영업소가 독립된 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보고 근로기준법 해고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2심도 사측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은 법리를 구체화했다. 대법원은 비코트립과 B사 한국영업소의 직원들이 하나의 사무실에서 구분 없이 협업한 점을 ‘동일한 사업장’의 근거로 들었다.
또 A씨가 속한 재경팀 직원들이 B사 한국영업소의 회계업무를 일부 분담했고, B사 한국영업소가 비코트립의 업무상 갈등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인사·노무관리도 담당하는 등 별개 법인이지만 같은 사업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사 한국영업소 관리자는 A씨의 승진·휴직에 관해 직접 승인하는 등 노무에 관한 결정 권한을 행사했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외국계기업 근로자수, 대법원 “국내 근로자수가 기준”
대법원은 “원고와 B사 한국영업소 직원들과 관리자 모두가 두 회사를 사실상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직원들 중 상당수가 B사 한국영업소로 소속을 옮겨 계속 근무하는 등 직원들 간의 인적교류도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두 회사의 인적·물적 조직이 통합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서 상당 기간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경영상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같은날 외국회사의 국내 활동시 ‘상시 근로자수’는 원칙적으로 ‘국내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동차 서비스 관련 외국회사 D사의 한국영업소 직원 C씨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C씨는 업무능력 결여를 이유로 2020년 4월 계약이 만료되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노동위는 국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소송에서도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은 외국에 있는 본사 직원수까지 합해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관해 비코트립 사건과는 다른 판단이 나온 데에는 국내 상시근로자수가 C씨 1명밖에 없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D사는 아태지역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한국에 직원을 1명만 뒀다.
이에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외국에서 사용한 노동자에 대해선 외국
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되므로 외국 직원수까지 합해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다.
‘5인 이상 사업장’ 대법원 첫 기준 “경제 공동체여야”
“경영상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 하나의 사업장” … 구체적 판단 기준 제시
두 기업이 같은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활동단위’로 운영됐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5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또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할 때는 ‘국내 사용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5명 이상 사업장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외국기업의 ‘5명 이상 사업장’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세운 최초 사례다.
동일 사업장 기준은 ‘인적·물적 조직, 재무·회계 밀접성’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여행사 비코트립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25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 쟁점은 ‘상시 근로자수’ 판단 기준이었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관한 해석이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사업 또는 사업장’을 해석하는 지표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원칙적으로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판단했다. 법인격이 다른 조직은 예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여러 개 조직이 있을 때 사업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를 두고 별도의 기준점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단순한 협력관계나 계열회사·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경영목표나 사업활동이 사실상 동일하다면 법인격이 다른 조직이더라도 같은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때 ‘특별한 사정’ 여부는 △업무 종류·성질·목적·수행방식·장소의 동일성 △업무지시와 근로자 채용·근로조건 결정 등 인사노무관리의 통일적 행사 △사업활동 내용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해 결합해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밀접하게 운영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세웠다. 해당 기준에 포함될 경우 독립된 사업체가 아니므로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두 계열사, 한 공간서 같은 업무 “하나의 사업”
이러한 법리는 이번 사건에도 적용됐다. 비코트립과 B사는 2018년 11월 호주에 본사를 둔 디지털 관광업체의 계열회사가 됐다. B사 한국영업소는 2019년 3월부터 비코트립과 사무실을 함께 사용했다. 그런데 비코트립 회계 담당자 A씨가 2020년 10월 폐업을 이유로 해고되면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수’를 두고 다퉈졌다.
비코트립과 B사 한국영업소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A씨 해고 무렵 비코트립의 직원은 3명, B사 한국영업소 직원은 6명이었다. 노동위원회 판단은 엇갈렸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A씨 퇴직일 전 1개월 동안 비코트립의 상시근로자수는 3명”이라며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격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중노위는 비코트립과 B사 한국영업소는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두 회사의 상시 근로자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 돼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며 초심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폐업상태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중노위 판단이 옳다고 봤다. 1심은 비코트립과 B사 한국영업소가 독립된 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보고 근로기준법 해고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2심도 사측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은 법리를 구체화했다. 대법원은 비코트립과 B사 한국영업소의 직원들이 하나의 사무실에서 구분 없이 협업한 점을 ‘동일한 사업장’의 근거로 들었다.
또 A씨가 속한 재경팀 직원들이 B사 한국영업소의 회계업무를 일부 분담했고, B사 한국영업소가 비코트립의 업무상 갈등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인사·노무관리도 담당하는 등 별개 법인이지만 같은 사업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사 한국영업소 관리자는 A씨의 승진·휴직에 관해 직접 승인하는 등 노무에 관한 결정 권한을 행사했다.
외국계기업 근로자수, 대법원 “국내 근로자수가 기준”
대법원은 “원고와 B사 한국영업소 직원들과 관리자 모두가 두 회사를 사실상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직원들 중 상당수가 B사 한국영업소로 소속을 옮겨 계속 근무하는 등 직원들 간의 인적교류도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두 회사의 인적·물적 조직이 통합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서 상당 기간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경영상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같은날 외국회사의 국내 활동시 ‘상시 근로자수’는 원칙적으로 ‘국내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동차 서비스 관련 외국회사 D사의 한국영업소 직원 C씨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C씨는 업무능력 결여를 이유로 2020년 4월 계약이 만료되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노동위는 국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소송에서도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은 외국에 있는 본사 직원수까지 합해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관해 비코트립 사건과는 다른 판단이 나온 데에는 국내 상시근로자수가 C씨 1명밖에 없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D사는 아태지역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한국에 직원을 1명만 뒀다.
이에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외국에서 사용한 노동자에 대해선 외국
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되므로 외국 직원수까지 합해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