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해 노동시간 유연화 필요? 그 주장에 반대한다
반도체특별법안 중 주 52시간 노동시간 연장 논란을 중심으로
▲노동시민사회와 진보정당, 노동자, 시민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 출범을 선언했다. ⓒ 유성호관련사진보기
요즘 반도체특별법안의 입법을 둘러싸고 연일 계속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과 경영계는 반도체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연구개발직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야당이 일정 부분 동조하자 반도체 연구개발직들의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노동·시민사회단체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월 10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 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을 출범시켰다.
반도체특별법은 현 여당인 국민의힘이 상당기간 전에 발의했던 법안이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반도체특별법은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시장에서 약세가 이어지자, 국가차원에서 미래전략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재계 목소리를 반영하여 다시금 발의되었고 야당도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반도체특별법을 살펴보면,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전력, 용수, 도로, 폐수처리 등 인프라 구축 지원,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인력 지원 양성 지원, 반도체 산업기반시설 조성 지원, 조세감면 특례, 예비타당성 조사 특례, 근로시간 예외 특례 등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가 전폭적인 공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산업에 대하여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세금과 함께 각종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특혜다. 이러한 특혜 중에 하나가 반도체 연구개발직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주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예외로 하자는 것이다.
특정 주에 주52시간을 넘어서는 집중근로는 괜찮은가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 여당 측에서는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주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풀어 집중 근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관련 법안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야당 대표는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연구개발에서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특정 기간에만 주 52시간 제한의 예외를 두자는 입장이다. 3개월 동안 주52시간을 넘어서 주100시간을 일해도 다음 3개월 동안 쉬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다. 즉 노동시간 유연화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우선 민간기업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노동시간에 대한 법적 제한을 열자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기업이 이윤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생산성 향상, 기술력 발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등 여러 요인이 있고 이를 위해 기업은 정해진 자원을 가지고 전략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의 생산성은 그대로 둔 채 기업의 시간과 상황에 맞춰 노동시간을 조절하면 다른 방법보다 쉽게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자본의 요구를 국가가 나서서 법제화 하겠다는 것이다.
총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특정기간에 몰아서 일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은 노동자의 건강상 유해요인 발생 가능성과 사용자의 기업운영을 위한 노동시간도 고려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제한 기준이다. 현행 주 52시간 노동시간에서도 노동강도가 높아져 질병이 발생한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정도로 이미 짧은 시간이 아니다. 노동자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한 주에 100시간씩 몰아서 일을 했을 경우 단기 과로로 인하여 건강 위해를 가져오게 되는 건 분명하다.
이미 장시간 노동은 각종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의 각종 질환 발생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것이 각종 연구 결과로 밝혀져 있으며 장시간 노동에 수반되는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될 만큼 유해하다. 주52시간 제한을 풀자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몰아서 일하고 어느 정도 쉬면 된다는 기준 제시도 없이, 마치 반도체산업의 R&D분야는 그 특성상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산업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대만 TSMC의 경우 주70~80시간 일하며 24시간 가동된다는 사례를 들고 있을 뿐이다.
몰아서 일하면 경쟁력이 높아지나
그러나 이러한 노동시간 늘이기, 유연화 주장은 설득력도 부족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주4일제가 제안될 정도로 노동시간 단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산업을 국가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총 노동시간을 현행보다 늘이는 것은 노동자들의 기본권 침해이며, 민간 기업에 대한 특혜다. 또한 사례로 든 TSMC도 집중근로를 위해 고액연봉을 지급했으나 집중근로의 문제점을 느낀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근로방식이라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한다.
연구개발자들의 창의성은 집중하여 장시간 근로를 해야 나오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과 생산성과의 관계는 연구개발자들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장시간 노동을 할 경우 오히려 과로와 일․생활의 균형이 무너져 생산성이 떨어지고 지속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노동시간 유연화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연구개발자들에 한정하여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늘리면 반도체산업의 다른 부분의 종사자들에게 그 영향이 없을까. 연구개발을 시점으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모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조정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 빠른 기술개발이 빠른 양산으로 이어져야 성과가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특별법에서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를 두겠다고 하자 조선업도 특별법을 제정하여 노동시간 제한을 풀어달라고 한다. 반도체산업의 주52시간 노동시간 제외라는 예외가 전 산업에 확장될 수도 있다.
이미 현행 근로기준법은 제도적으로 주52시간 노동시간의 예외를 두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으로 탄력적 근로가 가능하다. 도대체 몇 시간을 더 집중적으로 일하면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주도 산업발전 모델에 반대한다
반도체산업이 국부에 기여한 바는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야가 이렇게까지 나서서 반도체산업을 특정하여 근로시간 제한을 풀기 위한 입법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법과 정책입안자들이 국가주도 성장을 여전히 너무도 당연시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가 경제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입법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반도체특별법 입법과 같이 특정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혜택을 주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개입하는 방식은 산업발전을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발상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이 이만큼 성장 발전해 오는데 많은 연구개발 노동자들과 생산현장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구개발자들도 장시간 근무하면서 제품 개발 성과를 이루어왔고,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은 반도체산업에서 사용되는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각종 직업병으로 사망하거나 평생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 놓여있다.
이러한 그동안의 희생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기반으로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안전한 노동조건과 제대로 된 처우 속에서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또다시 집중해서 노동을 강요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을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에 실망스럽다. 노동시간 예외 규정을 둔 반도체특별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도체 위해 노동시간 유연화 필요? 그 주장에 반대한다
반도체특별법안 중 주 52시간 노동시간 연장 논란을 중심으로요즘 반도체특별법안의 입법을 둘러싸고 연일 계속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과 경영계는 반도체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연구개발직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야당이 일정 부분 동조하자 반도체 연구개발직들의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노동·시민사회단체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월 10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 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을 출범시켰다.
반도체특별법은 현 여당인 국민의힘이 상당기간 전에 발의했던 법안이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반도체특별법은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시장에서 약세가 이어지자, 국가차원에서 미래전략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재계 목소리를 반영하여 다시금 발의되었고 야당도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반도체특별법을 살펴보면,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전력, 용수, 도로, 폐수처리 등 인프라 구축 지원,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인력 지원 양성 지원, 반도체 산업기반시설 조성 지원, 조세감면 특례, 예비타당성 조사 특례, 근로시간 예외 특례 등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가 전폭적인 공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산업에 대하여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세금과 함께 각종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특혜다. 이러한 특혜 중에 하나가 반도체 연구개발직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주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예외로 하자는 것이다.
특정 주에 주52시간을 넘어서는 집중근로는 괜찮은가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 여당 측에서는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주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풀어 집중 근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관련 법안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야당 대표는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연구개발에서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특정 기간에만 주 52시간 제한의 예외를 두자는 입장이다. 3개월 동안 주52시간을 넘어서 주100시간을 일해도 다음 3개월 동안 쉬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다. 즉 노동시간 유연화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우선 민간기업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노동시간에 대한 법적 제한을 열자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기업이 이윤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생산성 향상, 기술력 발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등 여러 요인이 있고 이를 위해 기업은 정해진 자원을 가지고 전략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의 생산성은 그대로 둔 채 기업의 시간과 상황에 맞춰 노동시간을 조절하면 다른 방법보다 쉽게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자본의 요구를 국가가 나서서 법제화 하겠다는 것이다.
총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특정기간에 몰아서 일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은 노동자의 건강상 유해요인 발생 가능성과 사용자의 기업운영을 위한 노동시간도 고려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제한 기준이다. 현행 주 52시간 노동시간에서도 노동강도가 높아져 질병이 발생한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정도로 이미 짧은 시간이 아니다. 노동자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한 주에 100시간씩 몰아서 일을 했을 경우 단기 과로로 인하여 건강 위해를 가져오게 되는 건 분명하다.
이미 장시간 노동은 각종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의 각종 질환 발생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것이 각종 연구 결과로 밝혀져 있으며 장시간 노동에 수반되는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될 만큼 유해하다. 주52시간 제한을 풀자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몰아서 일하고 어느 정도 쉬면 된다는 기준 제시도 없이, 마치 반도체산업의 R&D분야는 그 특성상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산업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대만 TSMC의 경우 주70~80시간 일하며 24시간 가동된다는 사례를 들고 있을 뿐이다.
몰아서 일하면 경쟁력이 높아지나
그러나 이러한 노동시간 늘이기, 유연화 주장은 설득력도 부족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주4일제가 제안될 정도로 노동시간 단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산업을 국가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총 노동시간을 현행보다 늘이는 것은 노동자들의 기본권 침해이며, 민간 기업에 대한 특혜다. 또한 사례로 든 TSMC도 집중근로를 위해 고액연봉을 지급했으나 집중근로의 문제점을 느낀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근로방식이라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한다.
연구개발자들의 창의성은 집중하여 장시간 근로를 해야 나오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과 생산성과의 관계는 연구개발자들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장시간 노동을 할 경우 오히려 과로와 일․생활의 균형이 무너져 생산성이 떨어지고 지속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노동시간 유연화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연구개발자들에 한정하여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늘리면 반도체산업의 다른 부분의 종사자들에게 그 영향이 없을까. 연구개발을 시점으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모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조정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 빠른 기술개발이 빠른 양산으로 이어져야 성과가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특별법에서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를 두겠다고 하자 조선업도 특별법을 제정하여 노동시간 제한을 풀어달라고 한다. 반도체산업의 주52시간 노동시간 제외라는 예외가 전 산업에 확장될 수도 있다.
이미 현행 근로기준법은 제도적으로 주52시간 노동시간의 예외를 두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으로 탄력적 근로가 가능하다. 도대체 몇 시간을 더 집중적으로 일하면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주도 산업발전 모델에 반대한다
반도체산업이 국부에 기여한 바는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야가 이렇게까지 나서서 반도체산업을 특정하여 근로시간 제한을 풀기 위한 입법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법과 정책입안자들이 국가주도 성장을 여전히 너무도 당연시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가 경제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입법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반도체특별법 입법과 같이 특정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혜택을 주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개입하는 방식은 산업발전을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발상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이 이만큼 성장 발전해 오는데 많은 연구개발 노동자들과 생산현장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구개발자들도 장시간 근무하면서 제품 개발 성과를 이루어왔고,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은 반도체산업에서 사용되는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각종 직업병으로 사망하거나 평생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 놓여있다.
이러한 그동안의 희생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기반으로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안전한 노동조건과 제대로 된 처우 속에서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또다시 집중해서 노동을 강요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을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에 실망스럽다. 노동시간 예외 규정을 둔 반도체특별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