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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위험 작업, 누가 멈출 수 있나

관리자
2025-06-12
조회수 1075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는 작업중지의 의무가 있다(51조 사업주의 작업중지). 그리고 노동자는 작업중지의 권리가 있고(52조 근로자의 작업중지), 고용노동부 장관은 작업중지 명령의 권한이 있다(53조 고용노동부장관의 시정조치 등). 즉, 세 주체가 의무·권리·권한을 바탕으로 위험한 일을 멈출 수 있다.

작업중지의 주체들

2019년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해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해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급박한 위험이 무엇인지, 근로자가 믿을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명확치 않으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한편 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은 두 가지 경우에 이뤄질 수 있다. 문제적 작업환경에 시정조치를 했으나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또는 이미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작업 및 동일작업에서 재발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노동부 장관이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

위험은 누구에 의해 정의될까

산업안전보건법상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은 누구에 의해 발견되며 어느 정도의 위험이어야 하던 일을 멈출 수 있을까. 노동부에서 근로자 작업중지권 행사 우수사례로 꼽은 삼성물산의 예가 있다. 2021년 3월 근로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했고, 2024년 3월까지 국내외 113개 현장에서 총 30만1천355건의 작업중지권이 행사됐다. 하루 평균 270건, 5분마다 한번씩 근로자가 작업중지를 행사했다고 집계된 것이다. 작업중지의 내용을 보면 당연히 작업이 중지돼야 할 것 같은 순간들이 너무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방설비를 설치하던 근로자가 비계가 아닌 자재 위로 올라가 점검하는 것을 보고 작업중지를 요청, 즉시 점검을 중단하고 작업발판 설치 후 작업을 재개한다거나 일기예보와 다르게 체감온도가 16도 이하로 떨어져 외부작업이 가능한 온도가 될 때까지 작업을 중지하겠다고 접수하는 식이다. 노동자가 위험을 인지하고 작업중지를 권리로서 행사하는 과정은 일견 잘 짜여진 일상의 훈련처럼 보인다. 훈련 해 온 만큼 위험을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안전보건영역의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사업주의 의무가 있다.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작업중지가 아니라면, 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명령 대상은 중대재해에 한정돼 있다. ①사망자 1명 이상 발생 ②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 ③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이상 발생한 경우다. 1·2항은 사고로 인한 재해만을 말하며 3항의 경우 직업성 질병자를 언급하나 ‘동시에’ 10명이 발생해야 하는 경우로 제한한다.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산업재해 정의를 감안하면 사고성 재해 후 발병한 질병상태를 고려하고 만들어진 항목으로 간주할 수 있다.

중대재해기준 밖 위험은 누가 어떻게 멈출까

만성 질병재해가 시차를 두고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그래서 노동자가 원인을 인지하지 못한채 위험이 지속된다면 어디에서 제동을 걸어야할까. 안전보건체계 구성이나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특수건강진단, 작업환경측정, 위험성평가 등 관리적 측면에서라도 위험을 다룰 수 있겠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가 문제다.

고용불안을 안은 안전보건에 관한 훈련 인력이 전무한 노동자, 재해에 대한 사전 예방 비용보다 위험의 결과에 대한 사후 처리비용이 적게 드는 사업주의 형편과 함께 중대재해가 아니면 개인의 사유재산에 제재를 걸 근거가 없는 고용노동부의 사정이 만나는 지점. 그렇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반복적으로 직업성질환 의심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면 위험 속에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비추고 위험을 멈추기 위한 개선지점을 찾아가야 할 때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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