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감소, 노동자 참여로 접근해야
지난달 31일 서울 대통령실 인근에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발전소 하청 노동자 연쇄 사망에 따른 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아 |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
연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대통령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말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강하고 확실한 메시지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산재 사망만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을 중하게 여기겠다는 메시지 말이다. 수십년간 반복된 노동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전달되는 약간은 생경한 경험을 하고 있다.
담당 부처인 노동부 외에도 다른 경제 부처 장관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가능한 정책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요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대로 산재 사망 만인율이 정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이러다가는 기업들이 다 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음모론도 넘쳐나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장관이 이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면 어떻게든 정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든다.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 직업인 사람이라 그런지 ‘이게 한순간의 일이면 어떡하나?’ ‘다른 대통령이 들어오면 또 바뀌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산재 노동자 출신이어서, 장관이 현장 노동자 출신이어서 일시적으로만 이러는 거면 어쩌나 싶다. 뭐 그때는 그렇게 되더라도 그런 사회를 한번이라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향과 관심이 임기 동안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디어와 의제 설정의 힘에 기반을 둔 설득의 권력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당사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안착시키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싶다. 일부의 사람과 정권이 가지고 있는 설득의 권력을 모든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갖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산재 사고나 사망의 예방에 노동자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인지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전보건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데 원·하청 노동자 모두를 포함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는 언급은 국제노동기구나 유럽연합이나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청 등 다양한 국제적 기구와 조직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바이다. 뉴질랜드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산업재해 참사로 이야기되는 파이크리버 참사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의 참여와 대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수십년간의 탄광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노동조합이 사망재해를 감소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고, 반대로 미국의 일할 권리(Right to Work) 법 개정이 산재 사망을 증가시켰다는 연구도 있다. 노동자가 상시 참여하는 경우 흔한 위험이나 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정부 보고도 많다. 유럽연합 안전보건청에서는 사업장별, 업종별 다양한 참여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실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 대한 사례 연구에서는 매월 노사 및 원·하청을 포함한 모든 인력이 함께 안전관찰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살피고 그 결과를 즉시 현장에 게시·공유하며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한 경우를 모범 사례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원·하청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기업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다고도 한다. 안전·보건 관리자를 채용하고, 이를 위한 재원 투입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노동조합 조직률이 오이시디 평균에 못 미치는 10% 정도일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적용률도 거의 최하위인,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자율적 참여와 신청에 기반을 두는 것이 지속 가능한 체계인지 고민이 된다.
원·하청을 포함한 현장의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현장을 순회하면서 위험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공유를 하려면 그런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이 모두 필요한 일인데, 이러한 역할을 주로 현장 외부의 민간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한국에서 실제 상시적으로 운영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당사자의 참여를 상시화하고 공식화할 수 있는 인력, 자원,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산재 사망 감소, 노동자 참여로 접근해야
김인아 |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
연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대통령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말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강하고 확실한 메시지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산재 사망만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을 중하게 여기겠다는 메시지 말이다. 수십년간 반복된 노동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전달되는 약간은 생경한 경험을 하고 있다.
담당 부처인 노동부 외에도 다른 경제 부처 장관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가능한 정책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요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대로 산재 사망 만인율이 정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이러다가는 기업들이 다 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음모론도 넘쳐나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장관이 이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면 어떻게든 정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든다.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 직업인 사람이라 그런지 ‘이게 한순간의 일이면 어떡하나?’ ‘다른 대통령이 들어오면 또 바뀌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산재 노동자 출신이어서, 장관이 현장 노동자 출신이어서 일시적으로만 이러는 거면 어쩌나 싶다. 뭐 그때는 그렇게 되더라도 그런 사회를 한번이라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향과 관심이 임기 동안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디어와 의제 설정의 힘에 기반을 둔 설득의 권력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당사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안착시키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싶다. 일부의 사람과 정권이 가지고 있는 설득의 권력을 모든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갖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산재 사고나 사망의 예방에 노동자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인지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전보건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데 원·하청 노동자 모두를 포함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는 언급은 국제노동기구나 유럽연합이나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청 등 다양한 국제적 기구와 조직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바이다. 뉴질랜드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산업재해 참사로 이야기되는 파이크리버 참사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의 참여와 대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수십년간의 탄광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노동조합이 사망재해를 감소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고, 반대로 미국의 일할 권리(Right to Work) 법 개정이 산재 사망을 증가시켰다는 연구도 있다. 노동자가 상시 참여하는 경우 흔한 위험이나 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정부 보고도 많다. 유럽연합 안전보건청에서는 사업장별, 업종별 다양한 참여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실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 대한 사례 연구에서는 매월 노사 및 원·하청을 포함한 모든 인력이 함께 안전관찰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살피고 그 결과를 즉시 현장에 게시·공유하며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한 경우를 모범 사례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원·하청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기업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다고도 한다. 안전·보건 관리자를 채용하고, 이를 위한 재원 투입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노동조합 조직률이 오이시디 평균에 못 미치는 10% 정도일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적용률도 거의 최하위인,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자율적 참여와 신청에 기반을 두는 것이 지속 가능한 체계인지 고민이 된다.
원·하청을 포함한 현장의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현장을 순회하면서 위험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공유를 하려면 그런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이 모두 필요한 일인데, 이러한 역할을 주로 현장 외부의 민간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한국에서 실제 상시적으로 운영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당사자의 참여를 상시화하고 공식화할 수 있는 인력, 자원,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