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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 수제구두 만들면 노동자 6500원, 사장님은?

관리자
2023-11-14
조회수 438

▲ 성동구 수제화 거리 성동구 성수역 인근에는 수제화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 서울시



성동구 성수역 인근에는 작은 구두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거대한 구두 모양의 조형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동구에서 지역 특화사업으로 지원하는 성동 수제화 거리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에는 462개의 신발이나 부품 제조 사업체가 있고, 1985명이 일하고 있다. 엄청나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이 숫자는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12년부터 성동구를 비롯해 서울시와 중소기업청 등 여러 기관이 제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쳤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제화공들의 불만은 2018년에 한 번 크게 터졌다. 수년째 동결된 수제화 공임을 견디다 못해 파업(형식적으로 개인 사업자인 제화공들은 파업권이 없다. 정확한 표현은 '일손 놓기'다-기자 말)을 감행했고, 제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후 전태일재단이 나서 2021년부터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상생위원회가 추진되었고, 올해 9월, 드디어 '제화산업 노사상생발전협의회'가 발족했다.



그러나 한국 제화산업의 문제는 하청 업체 내 노사 합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산물이다. 제화 대기업은 생산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고, 복잡한 다단계 유통 구조는 사업주마저 열악하고 위태위태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개수임금제(구두 제작 개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는 체계)와 도급제는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가로막는다.


힘겨운 과정을 거치며 노사가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갈 길이 멀 뿐만 아니라, 아직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안갯속이다. 이제 막 상생을 위한 첫발을 뗀 제화업체 대표 2명과 제화공 2명이 제화산업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논하기 위해 '대담한 대화'에 나섰다. 이들의 대화가, 새로운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까?


"구두 하나 만들면 노동자는 6500원, 사장은 7000원"

 

▲ 제화산업 노사, 상생의 길은? 제화 노동자와 사장이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대담한 대화에 나섰다. 지난 10월 31일 성수역 인근 성수다방에서 진행한 대담한 대화 ⓒ 임지순



제화 하청업체 사장들은 직접 제화공으로 구두를 만들 때부터 계산하면 모두 40~45년 정도 제화 일을 했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지만, 현재 제화산업을 보는 시각은 절망적이다.


이종찬(사측. 구뚜슈즈 대표): "직접 구두 만드는 일을 할 때부터 치면 40년 동안 제화 일을 했는데, 바뀐 게 없어요. 원청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같은 하청 업체에 주는 단가만 깎으려고 하고. 원재료 가격은 매년 올라가는데 이걸 반영하는 걸 본사에서는 용납 안 해요. 오히려 계속 깎으려고만 하지. 안 깎아도 공임을 올려 주지 않으면 사실상 깎이는 거예요.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니까."


경철호(사측. 프리뷰슈즈 대표): "구두 일은 45년 정도 했고, 공장을 맡은 지는 21년 됐어요. 뭐 한때는 벌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까먹고 있지요. 솔직히 말하면 이 일 그만두고 다른 일 하면서 조금만 벌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제화공들이) 인건비 올려달라고 하는데, 내가 어느 정도 받으면 올려 주고 싶죠. 구두 하나 만들면 마진으로 3000원, 관리비로 4000원 벌어요. 물론 이것도 모두 똑같이 기계처럼 만들어서 불량이 없는 경우에 그 정도야. 기스(흠집)라도 조금 있으면 죄다 반품이야. 마진 3000원 받는다고 이게 3000원이 아닌 거지. 최소한 마진이 5000원은 넘어야 뭘 쪼개줘도 쪼개주는데... 또 원재료도 딱 맞춰 살 수 없으니까 재고도 많이 쌓이고."


제화산업은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사와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 원청, 하청 공장, 그리고 제화공의 4단계 구조다. 하청 업체는 원청이 주는 원가 내에서 마진과 제화공 임금을 비롯해 각종 임대료와 원재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고 노동자가 속 편히 월급을 받아 챙기는 것도 아니다. 제화공은 구두 하나를 만들 때마다 공임을 받는 개수임금제에 묶여 있다. 예전에는 기술자가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일하는 기계 같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창열(노측. 제화지부 성수분회장): "구두 일은 37년인가 38년 했어요. 처음 이 일 시작할 때만 해도 팀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3~4명씩 같이 다니다가 사장하고 싸우면 우르르 데리고 나가고. 그러면 사장이 힘드니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지. 기술자들도 인정해 줬고. 그런데 (1997년) IMF 지나면서 싹 바뀌더라고요. 사장님들이 우리를 일하는 기계로밖에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는 월급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돈을 못 받아요. 그래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거나 딴 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박완규(노측. 제화지부 지부장): "16살부터 명동하고 미아리에서 구두 일을 하다가 20살에 성수동에 와서 일했는데, 벌써 35년이 됐네요. (하청 업체 사장님들과) 현장을 오래 겪어왔기 때문에 대표님들 생각이나 처지도 잘 알아요. 구두 일에서 일제 강점기부터 안 바뀌고 있는 게 도급제예요. 제화산업은 개수임금제, 도급제 때문에 노동자들이 뭉치지도 못해요. 공장장 따라서 여러 명이 함께 움직여 다니니까 노동자들끼리 서로 일감 받으려고 라이벌처럼 만들어 놓고. 출퇴근이 있고 월급제 하면 (노동자들에게) 좋은 조건을 만들 수 있지만, 개수임금제, 도급제 때문에 아무것도 안 되는 거예요."

 

▲ 제화 하청업체 대표 경철호 프리뷰슈즈 대표(좌)와 이종찬 꾸뚜슈즈 대표(우)는 모두 구두일을 40년 이상 한 제화 하청업체 사장이다. 제화 공장의 해외 이전, 중국산 신발 수입으로 쇠락하는 제화 산업의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 임지순



제화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구두 한 켤레에 들어가는 항목별 구성비를 알아야 한다. 사업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이렇다. 구두 한 켤레의 원가는 보통 5만 원 정도 잡는다. 소비자 가격, 즉 우리가 사는 구두값은 원가의 4배 정도다. 원가 5만 원 중 업체가 이익을 남기는 마진은 3000원이다. 또 구두를 만드는 노동자는 파트별로 1명씩, 총 2명이 붙는다. 이들은 한 켤레를 만들 때마다 6500원 정도 받는다. 품질을 관리하는 업체 사장은 여기에서 관리비 4000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원부자재값이다.


대체로 원청이 소비자가의 25%, 즉 원가만큼의 금액을 이익으로 가져가고,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38%를 가져간다. 여기에 한 켤레를 팔 때마다 판매 매니저가 12%를 보수로 받는다. 하청 업체의 마진은 발주 물량이 많으면 더 줄어든다. 예를 들어 200족 이상이 발주되면 마진은 3천 원에서 2천 원으로 떨어진다.

 

▲ 구두 한 켤레 당 원가 구성비(추정) 제화산업은 구두를 만들 때마다 공임을 받는 개수임금제다. 구두 한 켤레를 만들면 하청 업체 사장은 마진과 관리비로 7000원을, 제화공은 6500원을 가져간다. 물론 업체와 상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 대담한 대화



사시사철 일정한 물량이 발주되지 않으니, 월급제를 도입하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물량마저도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원청은 인건비와 재료비가 싼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기고 있고, 이제는 어느 정도 품질을 갖춘 중국산 제화도 밀려들고 있다.


물량이 없다 vs. 물량 있으면 일할 사람은 있나?


이종찬(사측. 구뚜슈즈 대표): "물량이 부족한 게 현실이에요. 20년 전만 해도 동대문에서 만들어 달라는 물량이 하청 일감보다는 많았어. 그때는 일감이 부족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일감이 없어요."


경철호(사측, 프리뷰슈즈 대표): "동대문은 팔 수 있는 물량이 적으니까 중국에서 대량 수입은 못 하고 우리 같은 공장에 주문했었는데 지금은 거기도 죽었잖아요? 원청에서는 우리하고 단가가 안 맞는다 싶으면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옮겨 버려. 계속 일감이 주니까 일하는 사람(제화공들)에게 뭘 해주고 싶어도 어려워요."


박완규(노측. 제화지부 지부장): "사실 물량이 늘어나도 문제 아닌가요? 현장에 가보면 50대 중·후반은 다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없어요. 주로 건설업으로 옮겨요. 이런 상황에서는 물량이 늘어나도 만들 사람이 없잖아요? 사장님들은 물량이 늘어야 한다시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건 고민 안 하고 있어요. 건설 쪽은 하루 8시간 일하면 한 달에 400만 원은 벌어요. 우리가 하루 8시간 일해서 400만 원 벌 수 있어요? 못 벌어요."


이창열(노측. 제화지부 성수분회장):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일해야 겨우 400만 원 벌 수 있어요. 중노동 해야 그 정도 버는 거예요. 게다가 일 년 내내 일감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일감 없을 때는 수입도 없어요."


박완규: "그 정도 벌 수 있는 게 일 년에 5~6개월밖에 안 돼요. 이때는 우리만 힘든 게 아니라 사장님들도 힘들다는 거 알죠."


비교적 젊은(?) 제화공들은 주로 건설업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은 이들은 대체로 62~63세로, 은퇴를 얼마 남겨놓지 않았다. 사람들은 떠나지만 새로운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월급제가 아니니 퇴직금도 일 년에 백만 원 정도로 합의하는 형편이다. 4대 보험은 엄두도 못 낸다. 그나마 노조가 생기면서 성수지역에는 4대 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이 3곳 생겼다.


박완규: "지금은 두 곳이에요. 한 곳은 폐업했어요. 4대 보험에 가입하려면 월급을 정해야 하니까 한 곳은 280만 원, 다른 곳은 230만 원 정도로 합의해서 4대 보험을 납부하고 있어요. 이것도 노조 때문에 겨우 얻어낸 것이니까 아마 (노조가 없는) 다른 지역은 4대 보험 가입한 곳이 거의 없을 거예요."


이창열: "꾸준히 일을 하는 사람은 한 달에 250만 원 정도 벌지만, 나머지는 그것도 힘들어요. 우리 사장님에게 4대 보험 들어달라니까 해주겠대요. 그런데 제화공들이 (가입하러) 안 간대요. 다 늙어서 4대 보험 들어서 뭐 하냐고. 자기부담금조차 아깝다는 거죠."


4대 보험 중 자기부담금조차 아까운 제화공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노동자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경철호: "사장들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해요. 당장 내일부터라도 안 하고 싶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장들도 아마 99~100% 같은 생각일 거예요. 내가 사장이지만 일하는 사람이랑 똑같이 나와서 똑같이 들어가요. 뼈가 빠지게 일했어요. 이러고 내 한 달 수입이 얼마인지 알아요? 일하는 사람들하고 별반 차이가 없어요. (돈을) 못 가져갈 때도 있고 더 넣어야 할 때도 있어요."


이종찬: "사업주 입장에서는 일이 없다고 비용이 안 나가는 게 아니에요. 고정비는 계속 들어가요. 임대료도 내야 하고, 제화공은 아니지만 월급 주는 직원도 있잖아요."


나만의 브랜드 갖고 싶은 이들... '상생'이 힘이 될 수 있을까?

 

▲ 제화 노동자 박완규 제화지부 지부장(좌)과 이창열 제화지부 성수분회장(우)은 구두일로 잔뼈가 굵은 노동자다. 이들은 기본적인 노동조건도 보장되지 않는 제화산업의 현실에 분노하지만, 하청업체 사장들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 ⓒ 임지순



이런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성동구를 비롯해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기관에서 제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지원했다. 그런데 대부분 수제화 거리를 조성하거나 조형물을 만드는 데 투입됐다.


과도한 유통 마진을 줄이기 위해 제조업자가 직접 매장을 열 수 있도록 낮은 임대료의 상점도 열었다. 그러나 남의 제품을 베끼지 않는 한, 직접 디자인해서 수량을 맞추기는 어렵고 독자적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원가가 오르고 가격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몇만 원만 더 주면 백화점에서 브랜드 구두를 살 수 있는데, 왜 노상에서 사겠나?


그래도 구두장이들의 꿈은 한결같았다. 원청과 유통업체에 덜 의존하고 나만의 브랜드를 갖춘 구두를 만드는 것. 이들은 그 꿈 때문에 아직 일을 놓지 못한다.


이창열: "(수제화 거리에 있는 구두) 가격이 18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예요. 몇만 원 더 주면 백화점에서 사지, 왜 노상에서 사겠어요? 백화점 단가에 맞추니까 안 되죠. 나도 점포 열어서 해보려고 오래 구상해 봤어요. 주위 노동자들이 힘 모아서 월급제도 해보려고. 그런데 사업주가 아니라서 들어가지 못했어요."


이종찬: "내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구두 일을 계속 한 건, 내 브랜드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나도 내 브랜드 만들어서 거기 한 번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어렵더라고요."


경철호: "나는 지금도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안되면 공동 브랜드라도 만들고 싶어. 4~5개 업체 정도가 힘을 합쳐서. 각자 잘 만들 수 있는 걸로 4~5점씩 모아서 같이 해보는 거예요. 원청에서 지금처럼 일감 받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이에요. 지금은 물량도 줄고 있고 그나마 중국으로 다 빠져나가. 구두 일을 계속한다면, 내 브랜드를 가지고 돌파구를 찾고 싶어요."


박완규: "지금 국내 제화산업이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은 딱 3개예요. 첫째 단기적으로는 유통 쪽이 1%만 양보하는 거예요. 그러면 지금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어요. 둘째는 국내 물량을 중국이나 외국으로 넘기지 않고 유지해 주는 거죠. 그래야 먹고 사니까. 마지막 셋째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거예요. 지금 제화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복지나 근로조건이 다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돌파구는 찾아야죠."


아직은 꿈으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화가 끝나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방법에서 '우리들의 브랜드'를 만들 방법까지 한참이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순히 어려운 영세사업장의 살길 찾기가 아니라, 좀 더 사회적인 가치를 담은 도전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세자영업자와 노동자가 손을 잡고, 상생과 나눔의 가치를 담고, 사회와 지역을 연대의 가치로 연결한다면? 우리는 구두를 사면서 사회적 가치까지도 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갈 길은 산 넘어 산이다. 그러나 이들은 맨 앞의 산 하나쯤은 이미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단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사장과 노동자가 손을 잡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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