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안의 사람들: 무관심이 만들어낸 구조적 재해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내부 모습 (사진 : 정민구 기자)
지난 8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에서 노동자가 압축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련하여 어떤 후속 조치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은평구 환경시설'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은평자원순환센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나 은평환경플랜트의 '고비용' 문제에 대한 기사들만 쏟아져 나올 뿐이었다. 정작 사고와 관련한 내용은 당시 속보 형식으로 나온 기사 외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재작년 6월에는 용산의 한 재활용 작업장에서 노동자가 장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작년 5월에는 강남자원회수시설에서 외주업체 노동자가 무너져 내린 소각재에 끼여 숨졌다. 위탁 운영되는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시설은 멈추지 않고 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 또한 변하지 않는다.
환경시설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위험은 끼임 사고만이 아니다. 그들은 악취와 유해물질 등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24시간 시설 가동을 위해 야간 교대 근무를 하며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소각장·재활용선별장·음식물처리장·하수처리시설과 같은 환경시설은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멈출 수 없는 필수 공공시설이다. 그러나 혐오 시설로 취급받으며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주민 반대를 막기 위해 지하화·공원화하여 '보이지 않는 시설'이 된다. 문제는 그 안에 있는 노동자들마저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소각장은 굴뚝(배출구)으로 나가는 유해물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대기로 배출되는 다이옥신,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 중금속 등을 측정·보고해야 하며, 기준 초과 시 과징금이나 가동 중지 등 강력한 행정 제재를 받는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환경영향평가도 꾸준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설 밖으로 배출되어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제도는 있는 반면, 정작 내부 노동자를 위한 실내 공기질이나 혈중 다이옥신 농도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특수건강검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검진 항목에 다이옥신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21년 안전보건공단이 서울 지역 소각장 노동자 10명을 조사한 결과, 전원의 혈액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관련 기사에서 한 노동자는 "우리끼리 (유해물질을) 안에서 다 마셔서 대기로 배출되지 않는다고 농담을 한다"고 했다. 필자가 만난 소각장 노동자들도 유해물질 노출을 몸으로 느끼며 불안해했다. 실제로 원인을 알 수 없는(비알코올성, 비바이러스성) 급성간염을 반복적으로 앓는 등 건강 문제를 겪는 노동자들도 있다. 하지만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산재 신청조차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서울시 4곳의 자원회수시설 내부 작업환경의 유해물질을 조사한 '자원회수시설 작업환경측정 및 근로자 건강영향조사'가 진행되었고, 작년 8월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근무지나 근무 연차에 따른 혈중 다이옥신 농도 차이, 정비팀과 운전팀의 차이 등 업무와 인과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결과들이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아직 누적된 통계가 없고 다이옥신 노출 기준도 없어, 소각장 근무와 혈중 다이옥신 농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누적 통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위험에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다이옥신을 특수건강진단 항목에 포함하는 입법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다이옥신뿐 아니라 여러 중금속·유기화합물·생물학적 유해요인 등 복합 노출에 대한 진단과 측정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노후 시설을 보수하고, 고위험 공정별 표준작업절차를 마련하는 등 당장 노출을 줄이는 방안도 시급하다. 유해물질에 대한 실내 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구역별·공정별 농도 알림을 제공하고, 기준치 초과 시 배기 및 공정 정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구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민간 위탁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비용 앞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무시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 첫걸음은 소각장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그들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소각장 안의 사람들: 무관심이 만들어낸 구조적 재해
지난 8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에서 노동자가 압축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련하여 어떤 후속 조치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은평구 환경시설'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은평자원순환센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나 은평환경플랜트의 '고비용' 문제에 대한 기사들만 쏟아져 나올 뿐이었다. 정작 사고와 관련한 내용은 당시 속보 형식으로 나온 기사 외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재작년 6월에는 용산의 한 재활용 작업장에서 노동자가 장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작년 5월에는 강남자원회수시설에서 외주업체 노동자가 무너져 내린 소각재에 끼여 숨졌다. 위탁 운영되는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시설은 멈추지 않고 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 또한 변하지 않는다.
환경시설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위험은 끼임 사고만이 아니다. 그들은 악취와 유해물질 등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24시간 시설 가동을 위해 야간 교대 근무를 하며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소각장·재활용선별장·음식물처리장·하수처리시설과 같은 환경시설은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멈출 수 없는 필수 공공시설이다. 그러나 혐오 시설로 취급받으며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주민 반대를 막기 위해 지하화·공원화하여 '보이지 않는 시설'이 된다. 문제는 그 안에 있는 노동자들마저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소각장은 굴뚝(배출구)으로 나가는 유해물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대기로 배출되는 다이옥신,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 중금속 등을 측정·보고해야 하며, 기준 초과 시 과징금이나 가동 중지 등 강력한 행정 제재를 받는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환경영향평가도 꾸준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설 밖으로 배출되어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제도는 있는 반면, 정작 내부 노동자를 위한 실내 공기질이나 혈중 다이옥신 농도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특수건강검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검진 항목에 다이옥신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21년 안전보건공단이 서울 지역 소각장 노동자 10명을 조사한 결과, 전원의 혈액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관련 기사에서 한 노동자는 "우리끼리 (유해물질을) 안에서 다 마셔서 대기로 배출되지 않는다고 농담을 한다"고 했다. 필자가 만난 소각장 노동자들도 유해물질 노출을 몸으로 느끼며 불안해했다. 실제로 원인을 알 수 없는(비알코올성, 비바이러스성) 급성간염을 반복적으로 앓는 등 건강 문제를 겪는 노동자들도 있다. 하지만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산재 신청조차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서울시 4곳의 자원회수시설 내부 작업환경의 유해물질을 조사한 '자원회수시설 작업환경측정 및 근로자 건강영향조사'가 진행되었고, 작년 8월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근무지나 근무 연차에 따른 혈중 다이옥신 농도 차이, 정비팀과 운전팀의 차이 등 업무와 인과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결과들이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아직 누적된 통계가 없고 다이옥신 노출 기준도 없어, 소각장 근무와 혈중 다이옥신 농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누적 통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위험에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다이옥신을 특수건강진단 항목에 포함하는 입법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다이옥신뿐 아니라 여러 중금속·유기화합물·생물학적 유해요인 등 복합 노출에 대한 진단과 측정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노후 시설을 보수하고, 고위험 공정별 표준작업절차를 마련하는 등 당장 노출을 줄이는 방안도 시급하다. 유해물질에 대한 실내 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구역별·공정별 농도 알림을 제공하고, 기준치 초과 시 배기 및 공정 정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구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민간 위탁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비용 앞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무시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 첫걸음은 소각장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그들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