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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의 합헌성과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실질화

관리자
2023-11-17
조회수 281

중대재해처벌법의 합헌성과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실질화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창원지법 2023. 11. 3. 선고 2022고단1429 판결
대상결정 : 창원지법 2023. 11. 3.자 2022초기1795 결정

 

1. 사실관계


가. 유성케미칼은 트리클로로메탄 10% 이상이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유독물질)인 세척제(UKLEEN T6)를 제조해 두성산업 주식회사, 주식회사 대흥알앤티 등에 판매했고, 위 세척제를 사용해 작업하던 노동자들은 독성 간염의 상해를 입게 됐다.

나. 검찰은 2022년 6월27일 두성산업 및 대표이사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유성케미칼, 대흥알앤티 등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다. 두성산업과 대표이사는 2022년 10월13일 중대재해처벌법 6조2항, 4조1항1호(신청 대상 조항)에 대해 명확성 원칙 위반, 과잉금지원칙 위반, 평등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라. 재판부는 2023년 11월3일 중대재해처벌법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창원지법 2023. 11. 3.자 2022초기1795 결정). 재판부는 같은날 피고인들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창원지법 2023. 11. 3. 선고 2022고단1429 판결). 재판부는 세척제를 제조해 판매한 유성케미칼 대표이사는 징역 2년의 실형, 두성산업 대표이사는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320시간, 대흥알앤티 대표이사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각 회사들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이 선고됐다.


2. 대상 결정의 요지와 의미(창원지법 2023. 11. 3.자 2022초기1795 결정)


가. 대상 결정의 요지


1) 명확성 원칙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4조1항1호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및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①기업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규모, 업종별 특성, 작업의 내용, 산업기술의 발전 상황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유해·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어, 이들에게 요구되는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다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유해·위험요인을 통제하는 수단이나 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고, ②자신의 사업을 영위하거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판시했다.

2)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의 원칙

재판부는 신청 대상 조항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자신에게 부여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내용을 정확히 예측하고 파악할 수 있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이러한 의무를 고의로 위반하고, 그로 인해 중대한 산업재해가 야기된 경우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수행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방법 내지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신청 대상 조항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비해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었다는 주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고의범인데 반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과실범을 처벌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처벌 대상이 다르다며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 결정의 의미

이번 결정은 중대재해처벌법 위헌성 논란에 대해 법원에서 처음으로 나온 판단이다. 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기업 내 안전관리체계, 위험관리시스템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안전관련 법령의 특성을 고려해 위헌 여부를 판단했다. 기업마다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규모, 업종별 특성, 작업의 내용, 산업기술의 발전 상황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유해·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데, 산업안전관련 법령은 기업의 개별성을 고려해 추상적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중대산업재해가 기업 내 부실한 안전관리체계, 위험관리시스템 부재 등 제도적·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하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3. 대상 판결의 요지와 의미(창원지법 2023. 11. 3. 선고 2022고단1429 판결)


가. 대상 판결의 요지

두성산업의 대표이사는 경영책임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가 인정됐는데, 재판부는 ①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②관리감독자가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기준도 마련하지 않는 등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을 유해화학물질이자 관리대상 유해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돼 이를 흡입하게 했다는 범죄사실을 인정했다.


1)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 업무절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3호 단서는 산업안전보건법 36조의 ‘위험성평가에 관한 절차’가 마련돼 있는 경우에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위험성평가에 관한 절차는 해당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평가·관리·개선할 수 있도록 해당 사업장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며, ‘위험성평가에 관한 절차’가 고용노동부 고시인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에서 정한 일반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시했다.


2)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 수행 평가 기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 수행 평가(시행령 4조5호)와 관련해, 피고인 두성산업 대표이사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각각의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주장하며, 2021년 인사평가 실시계획 및 결과 보고, 보건관리자 비대면 설문지 등 인사평가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사평가에 관한 내용이거나 통상적인 인사평가에 앞서 작성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배척했다.


나. 대상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내용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은 사업장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위험성평가에 관한 절차’는 고용노동부 고시인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에서 정한 일반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판결 선고가 이어지면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평가기준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의 구체적인 내용이 판결로 구체화되고 있다. 앞으로 사법적 판단의 사례가 누적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 논란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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