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위험성 평가
노동자 없는 평가에서 노사가 함께하는 평가로
위험 함께 찾고 관리하는 것이 산재 예방의 시작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아리셀 공장 출입문 ⓒ 민주노총
노동 현장의 위험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알고 있던 위험’이었다. 지게차와 작업자가 뒤엉키는 통로도, 화학물질 냄새가 일상이 된 작업 환경도 현장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위험이 모두 위험성 평가에 담긴 것은 아니었다. 아리셀 참사는 이러한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위험성 평가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됐던 사업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평가 자료가 형식적으로 작성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험성 평가가 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냐는 질문을 남겼다.
노동계는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노동자가 빠진’ 평가 과정을 꼽는다. 올해 6월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했다. 개정 산안법은 사업주의 위험성 평가 실시 책임과 개선 대책 수립·이행 의무를 강화하고, 근로자대표가 요구할 경우 위험성 평가 과정에 참여를 보장하도록 했다. 또 평가 결과를 교육이나 설명회, 사업장 게시 등 방식으로 노동자들과 공유하도록 했다.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거나 노동자 참여와 결과 공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하지만 법이 바뀐다고 현장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위험성 평가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것은 법 조항이 아니라 현장의 운영 방식이라고 본다. 노동자가 위험 요인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성의 수준을 함께 판단하고, 개선 대책을 논의하며, 실제 이행 여부까지 점검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위험성 평가가 비로소 산재 예방의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위험성 평가를 노동자가 함께 위험을 찾고 개선하는 과정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빠졌던 위험성 평가, 이제 함께
화섬식품노조 네이처텍지회는 올해 처음으로 노사가 함께하는 위험성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어떻게 발굴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에 반영할 것인지부터 하나씩 논의하는 단계다. 개정 산안법 시행에 앞서 화섬식품노조는 이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위험성 평가 노조 전면 참여’를 선언하고,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 산하 사업장에 노사 공동 위험성 평가 실시를 제안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네이처텍지회도 이에 따라 회사와 실무 회의를 열고,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 운영 방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간 네이처텍의 위험성 평가는 회사가 중심이 돼 진행됐다. 노동자들이 위험 요인을 함께 점검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는 없었고, 위험성 평가 결과 역시 현장 노동자들과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 신서준 네이처텍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그간 진행된 위험성 평가는 문서를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수준이었다. 현장에서 보기에 위험한 공정임에도 별다른 개선 조치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올해는 노사가 함께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위험성 평가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위험 요인을 찾는 것이다. 간단한 절차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이 단계가 가장 어려우며 중요하다고 신서준 노안부장은 말했다. 무엇이 위험한지 정확히 짚어내야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처텍은 식품과 화장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이다. 생산 공정에서는 유효기간을 표시하는 잉크와 세척제를 사용하고, 제조가 끝난 뒤에는 탱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락스 등 화학물질을 다룬다. 신서준 노안부장은 “잉크와 세척제는 호흡기나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호구가 지급되지만 바쁜 작업 과정에서 제대로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위험을 찾으려면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노동조합과 회사의 안전 담당자들이 현장 작업자들에게 물어보며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험 요인을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개선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위험의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노사의 시각이 엇갈릴 수도 있다. 회사는 보호구를 지급했는데 착용하지 않은 것은 노동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노동조합은 인력 부족과 작업 속도, 생산 방식 등 작업 환경 자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신서준 노안부장은 중요한 것은 보호구 지급 자체보다 노동자가 자연스럽게 보호구를 착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보호구 착용이 몸에 배는 작업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위험을 기록하자 현장이 달라졌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이를 실천해 온 사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위아안산지회는 2018년부터 위험성 평가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확대해오며 회사와 함께 제도를 운영해왔다. 현대위아안산지회는 현대위아 자회사인 모비언트의 안산공장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 모듈은 완성차 공장으로 납품된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위험성 평가가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니다. 조광옥 현대위아안산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당시만 해도 위험성 평가라는 개념 자체가 현장에 익숙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위험 요인을 하나씩 기록해 두면 언젠가는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위험 요인을 발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선 여부를 꾸준히 확인하며 기록을 남겼다. 당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도 다음 위험성평가 때 다시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기록은 실제 작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과거 노동자들이 팔레트 위를 오가며 작업하던 방식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 됐다. 또 과거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바닥이나 팔레트에 앉거나 박스를 깔고 앉아 쉬는 일이 반복되자, 노조의 꾸준한 문제 제기로 지금은 각 작업 라인마다 개인 의자가 설치되고 공용 테이블도 마련됐다. 이는 노조에서 2년 가까이 개선을 요구하며 생긴 변화였다.
공장 동편에서는 지게차와 작업자가 같은 통로를 이용하면서 충돌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노조는 위험성 평가 과정에서 해당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했고, 이후 보행 동선을 분리하고 신호등과 차단봉, 모니터 등을 설치하는 개선이 이뤄졌다. 조광옥 노안부장은 “예전보다 위험이 많이 줄었다”며 “위험성 평가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이런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노조는 위험을 더 줄이기 위해선 현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인 신호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회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조광옥 노안부장은 올해 위험성 평가를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았다며, “위험 요인은 충분히 찾았지만 개선 속도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험성 평가가 현장에 정착하려면 노동자들이 위험성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위험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예산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광옥 노안부장은 “신호수를 배치하려면 주간과 야간에 각각 인력이 필요하다 보니 회사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전을 위한 투자 역시 생산이나 품질만큼 중요한 문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광옥 노안부장은 “위험성 평가는 일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자들이 위험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험성 평가를 처음 접하는 사업장일 경우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광옥 노안부장은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작하는 것”이라며 “되든 안 되든 위험 요인을 기록하고, 다음 평가에서 다시 확인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현장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위험은 함께 관리할 때 줄어든다
위험성 평가는 위험을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제도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지난달 17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 교육’에 강의자로 참석해 “위험의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하다”며 “위험성 평가의 목적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히 위험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이 왜 발생하는지 함께 토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일하는 구성원 모두가 대응에 나설 때 비로소 사업장 안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험은 언제나 현장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 그 위험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람 역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위험성 평가가 ‘평가’에 머무를지, 현장을 바꾸는 ‘예방’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노동자의 참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되느냐에 달려 있다.
함께 만드는 위험성 평가
노동자 없는 평가에서 노사가 함께하는 평가로
위험 함께 찾고 관리하는 것이 산재 예방의 시작
노동 현장의 위험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알고 있던 위험’이었다. 지게차와 작업자가 뒤엉키는 통로도, 화학물질 냄새가 일상이 된 작업 환경도 현장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위험이 모두 위험성 평가에 담긴 것은 아니었다. 아리셀 참사는 이러한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위험성 평가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됐던 사업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평가 자료가 형식적으로 작성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험성 평가가 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냐는 질문을 남겼다.
노동계는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노동자가 빠진’ 평가 과정을 꼽는다. 올해 6월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했다. 개정 산안법은 사업주의 위험성 평가 실시 책임과 개선 대책 수립·이행 의무를 강화하고, 근로자대표가 요구할 경우 위험성 평가 과정에 참여를 보장하도록 했다. 또 평가 결과를 교육이나 설명회, 사업장 게시 등 방식으로 노동자들과 공유하도록 했다.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거나 노동자 참여와 결과 공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하지만 법이 바뀐다고 현장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위험성 평가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것은 법 조항이 아니라 현장의 운영 방식이라고 본다. 노동자가 위험 요인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성의 수준을 함께 판단하고, 개선 대책을 논의하며, 실제 이행 여부까지 점검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위험성 평가가 비로소 산재 예방의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위험성 평가를 노동자가 함께 위험을 찾고 개선하는 과정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빠졌던 위험성 평가, 이제 함께
화섬식품노조 네이처텍지회는 올해 처음으로 노사가 함께하는 위험성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어떻게 발굴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에 반영할 것인지부터 하나씩 논의하는 단계다. 개정 산안법 시행에 앞서 화섬식품노조는 이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위험성 평가 노조 전면 참여’를 선언하고,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 산하 사업장에 노사 공동 위험성 평가 실시를 제안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네이처텍지회도 이에 따라 회사와 실무 회의를 열고,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 운영 방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간 네이처텍의 위험성 평가는 회사가 중심이 돼 진행됐다. 노동자들이 위험 요인을 함께 점검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는 없었고, 위험성 평가 결과 역시 현장 노동자들과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 신서준 네이처텍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그간 진행된 위험성 평가는 문서를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수준이었다. 현장에서 보기에 위험한 공정임에도 별다른 개선 조치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올해는 노사가 함께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위험성 평가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위험 요인을 찾는 것이다. 간단한 절차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이 단계가 가장 어려우며 중요하다고 신서준 노안부장은 말했다. 무엇이 위험한지 정확히 짚어내야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처텍은 식품과 화장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이다. 생산 공정에서는 유효기간을 표시하는 잉크와 세척제를 사용하고, 제조가 끝난 뒤에는 탱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락스 등 화학물질을 다룬다. 신서준 노안부장은 “잉크와 세척제는 호흡기나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호구가 지급되지만 바쁜 작업 과정에서 제대로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위험을 찾으려면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노동조합과 회사의 안전 담당자들이 현장 작업자들에게 물어보며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험 요인을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개선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위험의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노사의 시각이 엇갈릴 수도 있다. 회사는 보호구를 지급했는데 착용하지 않은 것은 노동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노동조합은 인력 부족과 작업 속도, 생산 방식 등 작업 환경 자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신서준 노안부장은 중요한 것은 보호구 지급 자체보다 노동자가 자연스럽게 보호구를 착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보호구 착용이 몸에 배는 작업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위험을 기록하자 현장이 달라졌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이를 실천해 온 사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위아안산지회는 2018년부터 위험성 평가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확대해오며 회사와 함께 제도를 운영해왔다. 현대위아안산지회는 현대위아 자회사인 모비언트의 안산공장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 모듈은 완성차 공장으로 납품된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위험성 평가가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니다. 조광옥 현대위아안산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당시만 해도 위험성 평가라는 개념 자체가 현장에 익숙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위험 요인을 하나씩 기록해 두면 언젠가는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위험 요인을 발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선 여부를 꾸준히 확인하며 기록을 남겼다. 당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도 다음 위험성평가 때 다시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기록은 실제 작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과거 노동자들이 팔레트 위를 오가며 작업하던 방식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 됐다. 또 과거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바닥이나 팔레트에 앉거나 박스를 깔고 앉아 쉬는 일이 반복되자, 노조의 꾸준한 문제 제기로 지금은 각 작업 라인마다 개인 의자가 설치되고 공용 테이블도 마련됐다. 이는 노조에서 2년 가까이 개선을 요구하며 생긴 변화였다.
공장 동편에서는 지게차와 작업자가 같은 통로를 이용하면서 충돌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노조는 위험성 평가 과정에서 해당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했고, 이후 보행 동선을 분리하고 신호등과 차단봉, 모니터 등을 설치하는 개선이 이뤄졌다. 조광옥 노안부장은 “예전보다 위험이 많이 줄었다”며 “위험성 평가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이런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노조는 위험을 더 줄이기 위해선 현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인 신호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회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조광옥 노안부장은 올해 위험성 평가를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았다며, “위험 요인은 충분히 찾았지만 개선 속도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험성 평가가 현장에 정착하려면 노동자들이 위험성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위험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예산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광옥 노안부장은 “신호수를 배치하려면 주간과 야간에 각각 인력이 필요하다 보니 회사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전을 위한 투자 역시 생산이나 품질만큼 중요한 문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광옥 노안부장은 “위험성 평가는 일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자들이 위험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험성 평가를 처음 접하는 사업장일 경우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광옥 노안부장은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작하는 것”이라며 “되든 안 되든 위험 요인을 기록하고, 다음 평가에서 다시 확인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현장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위험은 함께 관리할 때 줄어든다
위험성 평가는 위험을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제도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지난달 17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 교육’에 강의자로 참석해 “위험의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하다”며 “위험성 평가의 목적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히 위험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이 왜 발생하는지 함께 토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일하는 구성원 모두가 대응에 나설 때 비로소 사업장 안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험은 언제나 현장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 그 위험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람 역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위험성 평가가 ‘평가’에 머무를지, 현장을 바꾸는 ‘예방’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노동자의 참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