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만난 70대 청소노동자
"내 나이가 70대인데 누가 써주노. 청소일밖에 할 수가 없는데, 이것도 이제 나이 많다고 그만 나오라고 그러면..."
아파트 청소를 하는 1954년생 여성은 음력설이 지나 만 70세가 됐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건 재작년 겨울.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은행 거래를 하다가 우연히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그전까진 자식 여럿을 키우느라 돈벌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일자리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잠시 공공근로도 해봤지만, 젊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나이든 사람은 적게 일하고 적게 받는 자리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매일 점심시간을 포함해 하루 7시간 아파트 한 동을 혼자 청소합니다. 층마다 걸레질을 반복하다 보면 겨울에도 내복이 땀에 젖습니다. 140만 원 남짓한 월급을 받을 때면 너무 적다 싶으면서도, 언제까지 이 일을 시켜줄지 걱정입니다.
"전에 본사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쓰라고 해서, 내가 우리 월급을 좀 올려달라고 그랬어요. 한 200만 원은 받았으면 싶어서. 그런데 그거는 내 생각이지 뭐. 이제 내가 만 70살이잖아요. 전에 70살 넘은 사람 확 다 잘랐다 그러더라고."
당장 일이 없으면 매달 국가에서 받는 기초연금 33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데, 월세를 내면 끝입니다. 국민연금은 한 달에 2만 원 남짓 내다가 진즉 중단하고 찾아 썼습니다. 먹고살기가 빠듯하니 최소가입기간(10년)을 채우는 일은 사치였습니다. 이렇게 노후준비가 되지 않은 노인에게 일자리는 당장 생존의 문제입니다.
연금으로 여생을 보낸다는 '꿈같은 이야기'
노인 3명 중 1명이 일을 하지만, 이들은 젊은 노동자들과 달리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합니다. 고용보험법상 '65세 이후에 고용된 사람'은 적용 제외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노인 단체들은 고령노동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취업률이 굉장히 높고, 일하고 싶어 해요. 노후 소득 보장이 돼 있지 않으니까 뭔가를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거죠. 그 사람들이 어찌 보면 가장 취약한 계층이잖아요. 사회 보험에서 보호해줘야 하는 주요한 대상인데 정작 그 부분들이 빠져 있는 거죠." (이상학 노후희망유니온 정책위원장)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만 68세에 입사해 7년 뒤 퇴사한 고령노동자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실업급여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고용보험법의 적용 제외 조항이 '65세 이전에 고용된 사람'과 '65세 이후에 고용된 사람'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재산권과 근로 권리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를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게 특별히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사회보장체계는 65세 이후 '소득상실'이라는 사회적 위험이 보편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고용에 대한 지원이나 보장보다 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 같은 사회보장급여 체계를 통해 노후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65세가 넘으면 실업급여 대신 연금으로 어느 정도 소득을 보장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처음 언급한 70대 청소노동자처럼 현실 속 고령노동자의 삶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09년부터 OECD 국가 중 줄곧 1위, 특히 한국 여성 노인은 남성보다 더 가난합니다. 주로 돈을 벌었던 남성에 비해 연금 급여는 적고, 기대수명은 길기 때문입니다. 노인의 가처분소득이 적다 보니, 일자리에 뛰어든 사람은 많습니다. 65~69세 고용률은 50.4%로 일본(5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는데,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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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70대인데 누가 써주노. 청소일밖에 할 수가 없는데, 이것도 이제 나이 많다고 그만 나오라고 그러면..."
아파트 청소를 하는 1954년생 여성은 음력설이 지나 만 70세가 됐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건 재작년 겨울.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은행 거래를 하다가 우연히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그전까진 자식 여럿을 키우느라 돈벌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일자리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잠시 공공근로도 해봤지만, 젊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나이든 사람은 적게 일하고 적게 받는 자리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매일 점심시간을 포함해 하루 7시간 아파트 한 동을 혼자 청소합니다. 층마다 걸레질을 반복하다 보면 겨울에도 내복이 땀에 젖습니다. 140만 원 남짓한 월급을 받을 때면 너무 적다 싶으면서도, 언제까지 이 일을 시켜줄지 걱정입니다.
"전에 본사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쓰라고 해서, 내가 우리 월급을 좀 올려달라고 그랬어요. 한 200만 원은 받았으면 싶어서. 그런데 그거는 내 생각이지 뭐. 이제 내가 만 70살이잖아요. 전에 70살 넘은 사람 확 다 잘랐다 그러더라고."
연금으로 여생을 보낸다는 '꿈같은 이야기'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를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게 특별히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사회보장체계는 65세 이후 '소득상실'이라는 사회적 위험이 보편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고용에 대한 지원이나 보장보다 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 같은 사회보장급여 체계를 통해 노후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65세가 넘으면 실업급여 대신 연금으로 어느 정도 소득을 보장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처음 언급한 70대 청소노동자처럼 현실 속 고령노동자의 삶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09년부터 OECD 국가 중 줄곧 1위, 특히 한국 여성 노인은 남성보다 더 가난합니다. 주로 돈을 벌었던 남성에 비해 연금 급여는 적고, 기대수명은 길기 때문입니다. 노인의 가처분소득이 적다 보니, 일자리에 뛰어든 사람은 많습니다. 65~69세 고용률은 50.4%로 일본(5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는데,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