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상가 건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홍준표 기자>
승강기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수리기사들에게 정규직과 달리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정규직의 낮은 기본급을 충당하기 위해 지급한 ‘보전수당’도 임금에 해당하므로 기간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19년 도입된 승강기 안전 강화 규정에 따라 ‘2인1조’ 작업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동일 업무를 하는 정규직 기사와의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규직과 함께 같은 일 하는데
연 1천500만원 적게 받아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 등 3명은 2019년 8~9월께 현대엘리베이터 광주지사에 ‘승강기 서비스 유지관리 기술직’ 기간제 노동자로 입사해 정규직과 2인1조로 일하다가 차별을 경험했다. 각각 약 1년간 근무했던 A씨 등은 정규직으로 임용되는 기술직 5급기사(최하위직)와 달리 △하기 휴가비 및 김장비 보조금 △지역수당 △가족수당 △근속수당 △수직수당(위험수당) △자격수당 △통신수당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회사와 정규직 노조가 2019년 10월 체결한 별도의 단체협약 내용에 따른 것이었다.
월 기본급은 정규직 5급기사들(약 135만~139만원)이 기간제 기사(약 200만~220만원)보다 적었다. 그러나 연간 800% 지급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합친 결과 정규직 기사들이 기간제 기사들보다 연간 약 1천500만원을 더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회사는 최저임금을 보전할 목적으로 매달 정규직 기술직 기사에게만 ‘보전수당’을 지급했다.
기본급 충당 ‘보전수당’ 공방
법원 “신청 안 해도 차별 여부 판단해야”
그러자 A씨 등은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른 ‘차별적 처우’라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전남지노위는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면서도 수당과 상여금 미지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반면에 중노위는 초심을 뒤집고 차별적 처우를 인정했다. 나아가 기간제 기사들이 재심 단계에서 신청하지 않은 ‘보전수당’에 대해서도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중노위의 보전수당 내역 제출 명령에 “신청 범위를 넘어섰다”며 거부했다.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핵심 쟁점은 ‘보전수당 미지급’이 차별에 해당하는지였다. 법원은 5급기사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먼저 보전수당은 신청 대상에 포함된 상여금처럼 기본급 충당 목적이므로 기본 속성이 같다며, 차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차별시정 신청 항목과 급부 속성이 동일하거나 상호 유기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기간제 기사들이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함께 산정·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를 전제로 재판부는 기본급과 상여금·보전수당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차별 여부를 판단했다. 그 결과 A씨 등은 같은 근무기간 기준 5급기사들보다 약 1천370만~1천485만원을 적게 받았다고 계산됐다. ‘하기 휴가비·김장비 보조금·통신수당’과 ‘지역수당·가족수당·근속수당·수직수당·자격수당’은 조건 없이 매달 고정적으로 전체 정규직에게 지급되는 수당과, 고소작업이나 자격증 취득자에게 매달 지급되는 수당으로 나눠 판단했다. 그 결과 이들 수당은 각 68만원, 154만~202만원가량의 차별을 재판부는 인정했다. 기사에 따라 전체 근무 기간에 많게는 2천만원 가까이 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 현대엘리베이터 유튜브 갈무리
보전수당 임금성 인정 “소정근로 대가”
재판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했다. 채용 과정에 차이가 있지만 기간제 기사는 정규직과 같은 작업조에 소속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정규직 기사들이 승강기 제조·설치 등 폭넓은 업무를 하고 높은 역량이 필요하다는 사측 주장도 일축했다. 회사는 기간제 기사들은 1~2년 내 자회사 전적이 예정돼 역량이 요구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추후 수행할 수도 있는 예정 직무나 성공적인 업무수행에 대한 기대를 합리적인 이유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자격 측면에서도 현저한 질적 차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간제 기사들이 정규직과 달리 ‘인사평가’를 받지 않는 부분도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간제 기사들도 정규직과 같은 책임을 지며 2인1조로 동일한 직무에 배치돼 주 업무에 본질적 차이가 없어, 충분히 기간제 기사들에 대해서도 인사평가를 할 수 있다고 봤다.
법조계는 낮은 기본급을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보전수당’의 임금성이 인정된 데에 의미를 뒀다. 기간제 기사들을 대리한 최진솔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마치 보전수당이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급했던 금품으로, 소정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최저임금법 취지상 최저임금은 그 자체로 근로자의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최저수준을 정한 것이다. 근로시간과 관련이 있는 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판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2인1조’ 기간제 차별에 법원 ‘제동’
현대엘리베이터 기간제 기사, 수당·상여금 미지급 … 법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
승강기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수리기사들에게 정규직과 달리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정규직의 낮은 기본급을 충당하기 위해 지급한 ‘보전수당’도 임금에 해당하므로 기간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19년 도입된 승강기 안전 강화 규정에 따라 ‘2인1조’ 작업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동일 업무를 하는 정규직 기사와의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규직과 함께 같은 일 하는데
연 1천500만원 적게 받아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 등 3명은 2019년 8~9월께 현대엘리베이터 광주지사에 ‘승강기 서비스 유지관리 기술직’ 기간제 노동자로 입사해 정규직과 2인1조로 일하다가 차별을 경험했다. 각각 약 1년간 근무했던 A씨 등은 정규직으로 임용되는 기술직 5급기사(최하위직)와 달리 △하기 휴가비 및 김장비 보조금 △지역수당 △가족수당 △근속수당 △수직수당(위험수당) △자격수당 △통신수당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회사와 정규직 노조가 2019년 10월 체결한 별도의 단체협약 내용에 따른 것이었다.
월 기본급은 정규직 5급기사들(약 135만~139만원)이 기간제 기사(약 200만~220만원)보다 적었다. 그러나 연간 800% 지급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합친 결과 정규직 기사들이 기간제 기사들보다 연간 약 1천500만원을 더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회사는 최저임금을 보전할 목적으로 매달 정규직 기술직 기사에게만 ‘보전수당’을 지급했다.
기본급 충당 ‘보전수당’ 공방
법원 “신청 안 해도 차별 여부 판단해야”
그러자 A씨 등은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른 ‘차별적 처우’라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전남지노위는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면서도 수당과 상여금 미지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반면에 중노위는 초심을 뒤집고 차별적 처우를 인정했다. 나아가 기간제 기사들이 재심 단계에서 신청하지 않은 ‘보전수당’에 대해서도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중노위의 보전수당 내역 제출 명령에 “신청 범위를 넘어섰다”며 거부했다.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핵심 쟁점은 ‘보전수당 미지급’이 차별에 해당하는지였다. 법원은 5급기사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먼저 보전수당은 신청 대상에 포함된 상여금처럼 기본급 충당 목적이므로 기본 속성이 같다며, 차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차별시정 신청 항목과 급부 속성이 동일하거나 상호 유기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기간제 기사들이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함께 산정·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를 전제로 재판부는 기본급과 상여금·보전수당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차별 여부를 판단했다. 그 결과 A씨 등은 같은 근무기간 기준 5급기사들보다 약 1천370만~1천485만원을 적게 받았다고 계산됐다. ‘하기 휴가비·김장비 보조금·통신수당’과 ‘지역수당·가족수당·근속수당·수직수당·자격수당’은 조건 없이 매달 고정적으로 전체 정규직에게 지급되는 수당과, 고소작업이나 자격증 취득자에게 매달 지급되는 수당으로 나눠 판단했다. 그 결과 이들 수당은 각 68만원, 154만~202만원가량의 차별을 재판부는 인정했다. 기사에 따라 전체 근무 기간에 많게는 2천만원 가까이 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보전수당 임금성 인정 “소정근로 대가”
재판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했다. 채용 과정에 차이가 있지만 기간제 기사는 정규직과 같은 작업조에 소속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정규직 기사들이 승강기 제조·설치 등 폭넓은 업무를 하고 높은 역량이 필요하다는 사측 주장도 일축했다. 회사는 기간제 기사들은 1~2년 내 자회사 전적이 예정돼 역량이 요구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추후 수행할 수도 있는 예정 직무나 성공적인 업무수행에 대한 기대를 합리적인 이유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자격 측면에서도 현저한 질적 차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간제 기사들이 정규직과 달리 ‘인사평가’를 받지 않는 부분도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간제 기사들도 정규직과 같은 책임을 지며 2인1조로 동일한 직무에 배치돼 주 업무에 본질적 차이가 없어, 충분히 기간제 기사들에 대해서도 인사평가를 할 수 있다고 봤다.
법조계는 낮은 기본급을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보전수당’의 임금성이 인정된 데에 의미를 뒀다. 기간제 기사들을 대리한 최진솔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마치 보전수당이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급했던 금품으로, 소정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최저임금법 취지상 최저임금은 그 자체로 근로자의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최저수준을 정한 것이다. 근로시간과 관련이 있는 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판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