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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최근 거제시 조선업 상황과 대응 방향

관리자
2026-02-14
조회수 2735

최근 거제시 조선업 상황과 대응 방향




▲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 글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수행한 ‘조선업 수주 회복기 대응 고용정책 방향 연구(거제시, 2025)’의 내용을 요약했다. <편집자>

거제시는 조선업을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하는 대표적인 조선업 도시로서 장기간의 침체를 거친 이후 최근 수주 회복과 함께 다시 회복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 생산지수, 고용률, 인구 등 주요 지표는 2021년을 저점으로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조선업 경기 흐름상 향후 5~10년 정도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현장에서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조선업은 선박의 내용연수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산업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의 회복국면은 장기침체 이후 찾아온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지표상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노동자와 거제시 주민이 체감하는 고용 여건과 지역경제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의 회복이 고용 안정과 소득 증가, 지역소비 활성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산업회복과 지역 체감경기 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조선업 회복이 단순한 수주 증가에 머무르고 있을 뿐, 고용구조와 소득분배 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조사 결과, 조선업 호황의 성과는 주로 원청대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사내하청과 사외하청 노동자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 거제시 조선업은 원청·사내하청·사외하청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도급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구조 속에서 하청업체는 장기간에 걸쳐 도급 단가의 동결 또는 삭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다. 그 결과 최근 하청업체는 인건비와 4대 보험료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이게 됐고, 이는 하청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 임금체불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었음에도 하청노동자의 임금수준과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산업회복의 이익 대부분을 원청에서 흡수하고, 하청으로 충분히 이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노동자의 생활여건 악화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자의 소득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면서 지역 내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곧 지역상권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상권 관계자들은 조선업이 호황국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낙수효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조선업 회복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는 핵심 원인으로 노동자 소득 정체를 지목하고 있다.

아울러 조선업 회복국면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지역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 증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단순히 인력구성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국인 숙련노동자의 자연감소분을 보완하기보다는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국인고용이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원청과 하청기업이 내국인노동자를 신규채용하거나 숙련을 재생산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저임금 고용이 가능한 외국인노동자를 선택함으로써 조선업 노동시장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조사 참여자들은 외국인노동자 쿼터를 제한한다고 해서 내국인노동자가 자동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현재와 같은 원·하청구조와 하청 저임금구조가 유지되는 한 내국인노동자는 조선업을 안정적인 생계수단이나 장기적인 직업경로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내국인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외국인노동자 정책 이전에 하청노동자의 임금수준을 현실화하고,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적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구조는 조선업의 숙련유지와 재생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조선업이 일정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 축적된 고숙련 노동자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저임금과 고용불안이 지속될 경우, 숙련노동자의 이탈은 불가피하며, 신규 내국인노동자의 유입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노동자는 비자제도와 정주여건의 한계로 인해 장기적인 숙련축적이 어렵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 중심의 인력 운용은 다음 불황기 이후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 최근 외부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거제지역 노동자와 지역경제에 직접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다만 이러한 국제협력 사업이나 대형프로젝트가 실질적인 수주물량과 일자리로 거제지역에 연결될 경우, 제한적이지만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거제지역을 조선업의 핵심거점으로 삼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종합할 때, 거제시의 고용노동정책은 더 이상 불황기 대응 중심의 단기적 고용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선업 회복기에 걸맞게 산업회복의 성과가 노동자와 지역경제로 실질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고용구조 자체를 전환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원청 중심의 도급구조를 개선하거나 최소한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청노동자의 임금체불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하청기업에서도 안정적인 고용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 없이는 조선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둘째, 조선업 전반에서 숙련을 유지·재생산할 수 있는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원청과 하청을 포괄하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숙련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보상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공기술연수원 설립 등 지역차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숙련 인력이 하청단계에서 소멸되지 않고 산업 내에 축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개입은 조선업의 장기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외국인노동자 정책 역시 단기적인 인력충원 수단이 아니라 숙련축적과 정주여건을 고려한 중장기정책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의 산업안전, 교육, 생활여건을 개선하지 않는 한 숙련의 유지와 재생산은 불가능하며, 이는 결국 산업 전반의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넷째, 이러한 구조적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단기보조금 중심의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소가 지역고용과 숙련인력 유지, 지역사회 기여 측면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과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노사민정협의체의 한계를 보완하고, 보다 실질적인 이해관계자들 간 소통구조와 공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지역사회 전체가 조선업의 미래방향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거제시의 조선업은 분명 회복국면에 진입했지만, 고용과 소득,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는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기회복을 넘어, 원·하청구조 개선과 숙련인력의 양성·유지·재생산을 중심으로 한 고용생태계 전환이 시급한 정책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전환 없이는 거제시와 국내 조선업 전반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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