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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전한 미등록 이주민 단속은 없다…체류안정화 정책부터”

관리자
2026-02-19
조회수 2066


“안전한 미등록 이주민 단속은 없다…체류안정화 정책부터” 

김세원 기자

[인터뷰] 송은정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
합법적 신분으로 입국 후 미등록 체류자 전락 사례 많아
‘삼중차별’ 겪는 이주여성들…재생산 위한 존재로만 인식돼



지난해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 뚜안(가명·25)씨가 정부의 강제단속을 피해 숨어있다가 추락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뚜안씨는 단속을 피해 에어컨 실외기 창고 안쪽에 숨어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뚜안씨는 같은 해 2월 계명대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던 유학생으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차였다. 또 뚜안씨는 미등록 이주민이 아닌 구직비자(D-10)를 소지한 합법적 체류자였다. 하지만 취업 업종 제한으로 생활비 마련이 어렵자 해당 비자로는 취업이 금지된 제조업체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뚜안씨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 이주노동 인권단체들은 뚜안씨의 아버지와 함께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단체들과 유족은 오체투지와 농성도 불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법무부와 대구출입국사무소가 뚜안씨의 유족에게 뒤늦게 사과했으며 이를 유족이 수용하면서 농성도 마무리됐다. 하지만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 중단과 안정적 체류권 보장을 위한 논의는 여전히 더딜 뿐더러 미등록 이주민을 비롯해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송은정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최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전한 단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안정화 조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이주민 문제를 낯선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나와 연관된 문제라는 감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거쳐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을 지낸 이주·여성노동 전문가다. 이외에도 송 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이 여성과 이주민, 노동자로 ‘삼중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주여성도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은정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과의 일문일답. 

고(故) 뚜안씨의 아버지. ⓒ손상민 사진기자
고(故) 뚜안씨의 아버지. ⓒ손상민 사진기자

- 뚜안씨의 사례와 같은 비극적인 사태가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 단속 절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단속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단속으로는 절대 줄지 않는다. 정부의 체류 정책으로 인해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단속으로는) 이주민들에게 한국 정부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국민들에게 우리가 내국인을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외에 정부가 내세우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안전한 단속이란 없다.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미등록 체류자들이 의도를 갖고 밀입국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등록 체류자들은 처음에는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고 입국한다. 하지만 체류 제도의 복잡함과 엄격함 등 다양한 이유로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하게 된다.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같은 노동을 해도 착취당할 가능성이 더 높은데 누가 미등록 체류자가 되고 싶어 하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미등록 체류를 하게 되지만 한국은 현재까지도 대대적인 체류안정화 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다. 단속으로는 체류질서가 확립될 수 없다.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고, 장기 체류 중인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안정화 조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 뚜안씨는 미등록 체류자가 아닌 합법적 체류자였다. 

“뚜안씨 사건은 유학생 정책의 허술함과도 연결된다. 대학 등록금이 수백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유학생 입장에서는 휴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벌고 싶어 할 수 있다. 또 학생 시절 다양한 방법으로 진로를 모색하지 않나. 하지만 유학생은 개인적인 사유로 휴학을 하면 체류 연장이 안 된다. 아울러 유학생은 학생 신분으로 학교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아 주 20시간(방학 때는 연장) 근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사업주는 유학생을 고용하기 위해 그렇께지 행정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무허가 취업을 하는 유학생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 못해 미등록 상태로 전락하거나,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해 미등록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지뢰밭인 셈이다.” 

- 2004년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사업장 변경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사업장 선택의 자유가 없다. 선택을 받아야 한국에 와서 일을 할 수 있다 보니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장 변경 시 3개월 이내에 새로운 근무처를 구해야 하는데 3개월 동안 실업급여는 보장이 안 되며, 향후 더 나은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 (외국인력 통합지원 태스크포스에서) 입국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허용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전면으로 자유화해야 한다. 정부가 바뀌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주노동자 인권을 이야기해 기대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 성폭력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사업장 변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 참는 사례들도 있다고 들었다. 

“이전에는 비닐하우스 숙소 같은 곳에 지내다 보니 잠금장치가 허술해 농장주들이 여성 노동자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에 들어가 피해가 발생하는 일들이 있었다. 숙소는 생활공간이지만 잠금장치가 제대로 달려 있지 않아 여성 노동자들이 성범죄에 노출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규정들이 추가되고 있지만 사업장을 이탈할 자유를 주지 않으면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또 고용허가제의 경우 사업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국에 올 수 있는데 제조업 현장에서는 여성 노동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여성 노동자들은 농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장이) 외곽에 있다 보니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얼마나 더 많을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 이주민 중에서도 이주여성은 외국인인 동시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복합적인 차별에 직면한다. 

“이주여성은 여성으로서, 이주민으로서, 노동자로서 ‘삼중 차별’을 겪는다. 최근 문제가 됐던 진도군수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이주여성은 한국 사회의 재생산을 담당하는 존재로만 취급된다. 이는 인종차별이자 성차별이다. 한국 사회는 이주여성을 노동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노동 문제를 논의할 때도 이주여성이 겪는 문제는 제외된다. 아리셀 참사에서도 피해자의 상당수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룰 때 이주여성 노동자의 취약성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또 임신 과정과 출산 후 모성 보호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을 체류 자격에 따라 대하니 여성으로 모성 보호를 지원받지도 못하고, 노동자로도 호명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주여성이라 하면 여전히 결혼 이주여성만 떠올리는 등 이주여성 노동자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운동 진영의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 최근 한국 사회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이주민과 난민을 향한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차별은 차별을 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속된다. 젠더 문제에서도 성차별을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 견고한 구조가 유지돼 온 것이다. 이주민 차별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자본은 4D 업종에 종사할 인력이 필요하고 그게 이주민인 것이다. 여기에 제도적 차별과 여러 메시지들이 이주민을 차별해도 되는 존재로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흑자다. 또 (2020년) 중국인 건보 재정 수지가 적자라는 것이 통계 오류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여기에 대해 정부는 사과하지 않았다. 차별해도 되는 존재들을 만든 책임은 정부와 혐오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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