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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ILO 플랫폼노동협약과 한국의 책무

관리자
2026-07-07
조회수 466


ILO 플랫폼노동협약과 한국의 책무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 12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플랫폼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193호)'(플랫폼노동협약)이 채택됐다. ILO가 2022년 소집한 '전문가회의' 출발한 국제노동기준 수립의 여정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ILO 전문가회의부터 2025~2026년 총회까지 참석하면서, 플랫폼노동협약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경험했다. 논의 시작부터 사용자그룹이 얼마나 맹렬히 협약 제정에 반대해 왔는지 목격한 필자로서는 찬성 406표, 반대 8표의 압도적 지지 속에 협약이 채택되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이번 협약의 가장 큰 의의는 "고용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ILO의 기본원칙이 플랫폼노동에서 재확인됐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 '플랫폼 경제'의 초국적 확산의 비밀은 알고리즘, AI를 통한 관리기법으로 노동자를 자신의 노동력(서비스)을 판매하는 '사업자'로 둔갑시킨 데 있다. 그래서인지 사용자그룹을 비롯해 협약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대부분 '자영인'이기 때문에 노동법제로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들의 '선택과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플랫폼노동협약은 고용상 지위에 관계없이, 또는 현재 노동법제를 적용받는지에 관계없이 모든 플랫폼 노동자가 그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1조, 2조). 한국 상황에 맞게 말하자면, 노동법의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4명 이하 사업장이라든가 가사사용인이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그리고 배달앱 같은 장소기반 플랫폼뿐 아니라 크라우드 노동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모든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할 국가와 플랫폼업체의 책임을 규정한 것이다.

이번 협약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노동기본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선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실효적인 인정', 즉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차별 없이 보장할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3조). 또한 알고리즘·AI 등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일할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노동자대표 또는 노조에게 제공하도록 하며(13조), 회원국이 법령·단체협약·판결 등을 통해 협약을 이행하도록 해(24조)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통한 권리 실현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작업중지권을 비롯한 노동안전·건강권(4조, 5조), 고객 등 제3자가 관련된 경우를 포함해 일터에서의 모든 폭력·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6조), 고용·직업상 차별 철폐(3조, 23조) 등 노동기본권도 모든 플랫폼 노동자에게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협약은 전통적 노동법이 제공하는 보호를 플랫폼노동의 특성에 맞게 구체화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플랫폼계정을 정지 내지 비활성화(deactivation)하는 식으로 일할 기회를 차단하거나 계약해지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한 규정이 그 일례다(17조). 보수에 관해서도, 사업주의 임의적 공제를 금지하며 플랫폼 노동자가 일할 때 수반되는 제반 비용을 변상하도록 하며, 법령상 내지 협약상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도록 한다(10조). 알고리즘·AI 등 자동화된 시스템에 대한 권리 역시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10장). 자동화된 시스템에 관해 설명을 들을 권리뿐 아니라, 노동조건 및 일할 기회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에 대해 인간에 의한 재검토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반면, AI 시대의 첫 국제노동기준이라 할 플랫폼노동협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보인 모습은 납득되지 않는다. ILO사무국의 2024년 설문조사에서 한국 정부는 플랫폼노동협약 제정에 반대했고, 플랫폼 종사자들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3권, 노동안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 등도 보장할 수 없고, 도급제 최저임금을 비롯한 최저임금제를 적용해서도 안 된다고 답변했다. 이번 협약 문언에 ILO의 노사정이 최종합의를 본 날, 최저임금위원회는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을 부결시키기까지 했다. 정부가 정말 AI 시대 일하는 사람 보호에 관심이 있다면, 플랫폼노동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관련 노동법을 정비해 나가면서 ILO 회원국으로서의 책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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