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 <홍준표 기자>
고온다습하고 시끄러운 식품공장에서 일하다 뇌출혈로 사망한 생산직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특히 고온다습 환경에 대해 사업장 측정치가 아닌 고인이 작업복과 두건을 착용한 사정을 고려해 실제 느꼈을 온도와 습도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작업복 입고 뜨거운 제품 옆에서 근무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김아무개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2019년 6월부터 모 대기업 식품가공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생산직으로 일했다. 주로 냉장보관제품 포장 라인에서 자동화 기계 청소·점검, 컨베이어벨트 위 제품 상태 확인 등의 업무를 했다.
노동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온 건 레토르트 포장 라인으로 이동하면서였다. 장기 보존하는 레토르트 식품 특성상 멸균이 중요해 작업장은 늘 덥고 습했다. 그는 컨베이어벨트 청소 등을 시작으로 포장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제품이 냉각수로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것을 점검하며 적치되지 않도록 긴 막대기로 밀었다. 식혀진 제품을 꺼내 박스에 포장하는 업무도 해야 했다. 그는 라인을 이동한 지 2주 만인 이듬해 8월 작업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병원에 곧바로 이송됐으나 열흘 뒤 사망했다.
김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등을 공단에 청구했다. 반면에 공단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해한 환경 복합적 노출”
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고 약 두 달 전인 2020년 6월 이 사건 작업장 작업환경측정에 따르면 온도는 26도였고 습도는 65%였다. 당시 외부 날씨는 평균온도 22도에 강수량 0밀리미터였다”며 “고인이 쓰러진 8월은 한여름으로 외부 날씨가 평균온도 24.6도, 강수량 40.1밀리미터였다. 작업장 온도나 습도는 측정시보다 훨씬 덥고 또 상당히 습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고인은 위생복과 두건을 모두 착용한 상태에서 뜨거운 제품이 흐르는 라인 바로 옆에서 근무해, 실제 망인이 체감했을 온도와 습도는 위 측정결과를 훨씬 상회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직업환경측정에서 작업장 최대소음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상 8시간 시간가중평균 80데시벨(dB) 이상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재판부는 “직업성 소음은 혈압상승과 강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지속적 소음 역시 혈압을 높이고 업무상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갑작스런 업무 변경으로 업무강도가 상당히 상승한 점, 출퇴근 시간과 작업준비 시간을 모두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 전 12주 동안 근무시간은 1주 약 50시간에 육박하는 점 등으로 종합하면 유해한 환경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했다고 봤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급격한 업무 변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인정한 점과 열악한 작업환경에 의한 스트레스와 업무 강도의 증가를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특히 온도와 습도 작업장 측정 결과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작업복과 두건을 쓰고 작업하는 사정을 고려함으로써 망인이 실제 느꼈을 온도와 습도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병 12주 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에 근소하게 미달했는데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반영해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한여름 ‘고온다습’ 식품공장서 뇌출혈 사망, 법원 “업무상 재해”
사업장 측정치 아닌 작업복·뜨거운 제품 고려해 온도·습도 판단
▲서울행정법원 청사 <홍준표 기자>고온다습하고 시끄러운 식품공장에서 일하다 뇌출혈로 사망한 생산직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특히 고온다습 환경에 대해 사업장 측정치가 아닌 고인이 작업복과 두건을 착용한 사정을 고려해 실제 느꼈을 온도와 습도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작업복 입고 뜨거운 제품 옆에서 근무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김아무개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2019년 6월부터 모 대기업 식품가공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생산직으로 일했다. 주로 냉장보관제품 포장 라인에서 자동화 기계 청소·점검, 컨베이어벨트 위 제품 상태 확인 등의 업무를 했다.
노동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온 건 레토르트 포장 라인으로 이동하면서였다. 장기 보존하는 레토르트 식품 특성상 멸균이 중요해 작업장은 늘 덥고 습했다. 그는 컨베이어벨트 청소 등을 시작으로 포장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제품이 냉각수로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것을 점검하며 적치되지 않도록 긴 막대기로 밀었다. 식혀진 제품을 꺼내 박스에 포장하는 업무도 해야 했다. 그는 라인을 이동한 지 2주 만인 이듬해 8월 작업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병원에 곧바로 이송됐으나 열흘 뒤 사망했다.
김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등을 공단에 청구했다. 반면에 공단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해한 환경 복합적 노출”
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고 약 두 달 전인 2020년 6월 이 사건 작업장 작업환경측정에 따르면 온도는 26도였고 습도는 65%였다. 당시 외부 날씨는 평균온도 22도에 강수량 0밀리미터였다”며 “고인이 쓰러진 8월은 한여름으로 외부 날씨가 평균온도 24.6도, 강수량 40.1밀리미터였다. 작업장 온도나 습도는 측정시보다 훨씬 덥고 또 상당히 습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고인은 위생복과 두건을 모두 착용한 상태에서 뜨거운 제품이 흐르는 라인 바로 옆에서 근무해, 실제 망인이 체감했을 온도와 습도는 위 측정결과를 훨씬 상회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직업환경측정에서 작업장 최대소음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상 8시간 시간가중평균 80데시벨(dB) 이상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재판부는 “직업성 소음은 혈압상승과 강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지속적 소음 역시 혈압을 높이고 업무상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갑작스런 업무 변경으로 업무강도가 상당히 상승한 점, 출퇴근 시간과 작업준비 시간을 모두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 전 12주 동안 근무시간은 1주 약 50시간에 육박하는 점 등으로 종합하면 유해한 환경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했다고 봤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급격한 업무 변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인정한 점과 열악한 작업환경에 의한 스트레스와 업무 강도의 증가를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특히 온도와 습도 작업장 측정 결과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작업복과 두건을 쓰고 작업하는 사정을 고려함으로써 망인이 실제 느꼈을 온도와 습도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병 12주 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에 근소하게 미달했는데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반영해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