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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사업 폐지해도 ‘전원 해고’ 안 돼” 정리해고 원칙 강조한 법원

관리자
2024-08-13
조회수 215

“사업 폐지해도 ‘전원 해고’ 안 돼” 정리해고 원칙 강조한 법원

셀라니즈코리아 부당해고 1심서 인정 … “해고 대상자 선정 불공정”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일부 사업을 폐지하면서 소속 노동자 전원을 정리해고한 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셀라니즈머티리얼코리아㈜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업 폐지로 60명 하루아침에 쫓겨나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셀라니즈코리아 이전에 듀폰코리아가 있었다. 미국계 다국적 기업집단인 듀폰 그룹은 2022년 2월 셀라니즈 그룹에 글로벌 M&M 사업부 전체를 매각했다. 올해 1월 듀폰코리아에서 셀라니즈코리아로 상호가 변경됐다.

문제는 매각 직전 발생했다. 듀폰코리아는 2021년 10월 급작스럽게 울산공장의 W&P 사업부 운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판매·개발을 담당하는 서울사무소와 달리 울산공장은 제품 생산을 맡았다. 자동차·전자제품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폴리머·합성수지 등을 만드는 M&M와 인조대리석을 생산하는 W&P로 나뉜다.

60명에 가까운 W&P 소속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사측은 이들의 출근을 정지시키고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화섬식품노조 듀폰코리아지회는 M&M으로 전환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측은 해고 통보와 함께 희망퇴직 기간을 조금씩 늘리며 이듬해 2월 조합원 이아무개씨를 제외한 모든 이들과 합의를 이뤘다.

지회는 W&P 폐지 목적이 노조 파괴에 있다고 의심한다. 2018년 7월 듀폰코리아 울산노조로 출발한 이들은 과반수노조로 설립 1년 만인 2019년 12월 전면파업에 나섰다. 이듬해 3월에야 파업이 끝나면서 공장은 한동안 멈췄다. 이후 같은해 10월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그 사이 노사관계가 크게 악화했다. 그리고 1년 뒤 정리해고가 발생했다.

해고 대상자 99%가 조합원이었다. 조합원은 주로 30~40대가 많았던 W&P 소속이었다. 사업부 폐지 당시 전체 조합원 77명 중 W&P 소속이 45명이었다. 정리해고를 계기로 조합원은 26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씨는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이씨는 나 홀로 소송에 나선 이유에 대해 “회사가 어렵다면 위로금도 안 받고 나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듀폰은 2021년 11월 로저스를 52억달러에 인수했다. W&P는 돈이 안 된다고 하루아침에 버렸다. 일부 인원이라도 전환배치했다면 저도 포기했을 텐데 전원 희망퇴직 아니면 해고라고 하니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환배치 가능한데 근로관계 종료만 고수”

법원도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W&P 영업이익이 2020년 80억원, 2021년 113억원 적자로 급격히 악화했다며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해고 대상자를 공정하게 선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을 폐지한다고 소속 노동자 전원을 해고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업 폐지의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해도 반드시 그 사업부문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동일한 숫자의 인원에 대해 감축이 이뤄져야 할 당위가 인정된 것도 아니다”며 “회사의 영업이익과 해고 전후 급여인상을 고려하면 이씨에 대해 계속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로서는 반드시 W&P 기존 인력과 동일한 규모를 삭감할 필요 없이 이씨를 M&M에 추가로 배치한 뒤 정년퇴직자들이 발생할 때 신규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씨에 대한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사측은 그런 방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희망퇴직 아니면 정리해고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만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W&P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해고대상자가 된 점도 문제가 됐다. 해고대상자 59명 중 57명이 W&P, 2명이 M&M 소속이었다. 사측이 선정기준 중 ‘업무지속성’ 항목에서 운영 중단을 결정한 W&P 노동자들에게만 0점을 부여하고 M&M을 포함해 나머지 부서 노동자들 모두 15점 만점을 줬기 때문이다. 업무지속성 항목을 제외하면 M&M과 W&P 평균 점수 차이는 2점도 안 된다.

재판부는 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 근무성적·경력·연력·근속 등을 고려하나 실질적으로 소속 사업부만을 해고대상 선정의 결정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비록 회사의 경영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항목이 해고 기준의 중요한 요인으로 반영될 수 있다 해도, W&P 폐지를 소속 노동자들의 귀책으로 돌릴 수 없음에도 W&P 소속 여부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선정기준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씨를 대리한 박지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정리해고는 노동자의 귀책 사유에 따른 해고가 아닌 만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 실현된 판결”이라며 “사업을 폐지하며 전원을 해고하고, 해고자 선정시 극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준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사측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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